“숟가락 하나도 못 건졌는데…도와주셔서 감사”

동구지역사회, 화재로 집 전소된 조손가정 긴급지원

“작은 손길이 시름에 잠긴 주민에게 위안되길…”

화재로 집을 잃은 신임호(67) 씨와 그의 손주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발벗고 나섰다. 사진은 26일 광주 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 들이 화재로 전소된 신 씨 집의 잿더미, 가재도구 등을 치우며 화재피해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 /동부소방서 제공
“숟가락 하나도 못 건지고 다 불타 없어졌는데…이렇게 도와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화재로 집을 잃고 마을창고에서 생활하던 신임호(67) 할아버지는 26일 지역사회 관계자들의 구호물품 지원에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1시 50분께 광주 동구 지원2동 신씨의 8평(26㎡) 남짓한 집에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나 주택이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다행히 신 씨는 모처럼 해남으로 지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집을 비워 화를 면했다. 신 씨와 함께 살던 초등학교 1, 3학년생인 손주들도 화재 당시 학교에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이내 진화됐지만, 신 씨의 집은 이미 잿더미가 된 상태였다. 집에 돌아온 그는 좌절했다. 없는 살림에 그나마 버팀목이던 집이 사라져 살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따뜻한 보금자리가 절실한 손주들이 가장 걱정이었다. 화재 당일엔 인근 주민이 빌려준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아이들은 밤이 되자 부쩍 차가워진 공기에 추위를 호소했다.

신 씨는 화재 이튿날부터는 아이들을 친척 집에 맡기고 본인은 마을창고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당장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빠듯한 살림에 이 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창고 생활은 벌써 18일째에 접어 들었다.

신씨의 사정을 접한 광주 동부소방서 직원들은 26일 도움을 주고자 발 벗고 나섰다. 주택 개·보수를 위해 화재로 발생한 잿더미들을 치우고, 쌀, 가스레인지, 밥솥, 식기세트, 이불세트 등 총 7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이날 동부소방서는 화재 당시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과 동부 여성의용소방대원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 화재피해주민 지원센터를 운영해 화재피해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안타까운 소식에 지원2동 등 지역사회도 신씨 가족을 위해 힘을 모았다.

지원2동주민센터는 적십자사에 재난용품을 요청해 지원하고, 동주민센터 복지공동체 벗바리 긴급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40만원을 긴급 지원했다. 광주사회복지 공동모금회도 생활비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도 아이들을 위해 500만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랜드도 이같은 소식에 30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동구는 신씨 가족을 희망복지지원단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신씨와 아이들이 갑작스런 화재로 겪고 있을 정신적 불안 등을 광주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치료하기로 했다. LH도 긴급주거지원 사업을 통해 신 씨와 아이들이 임시로 거처할 집을 물색중이다.

이날 현장을 찾아 화재복구에 나선 이희경 동부소방서 현장대응과장은 “오늘 우리의 작은 손길로 불의의 화재로 시름에 잠긴 신임호 씨가 하루 빨리 일상을 되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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