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생들의 민들레 편지, 한국의 희망이 되다

광주학생들의 민들레 편지, 한국의 희망이 되다

<최혁 남도일보 주필>
 

모든 것의 시작은 미미하다. 그러나 정성과 끈기는 장대함을 이룬다. 한 방울의 물이 장강(長江)이 됨같이, 티끌이 태산(泰山)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은 작은 바람과 열정에서 시작된다. 한강의 기적은 ‘우리도 잘살아보자’는 다짐에서 비롯됐다. 서독에 파견된 광부들의 삽질과 간호사들의 서러운 간병은 부국(富國)의 밑천이 됐다. 80년대 점심을 거르고 길거리에 뛰쳐나온 넥타이부대들의 소소한 발걸음도 민주화의 초석이 됐다.

기상용어였던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의 본래 뜻은 ‘초기 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스가 1972년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강연을 하면서 ‘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펄럭임이 텍사스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연쇄반응에 따른 대변화를 상징한다.

한 방울의 낙수(落水)가 압록(鴨綠)이 되고 섬진(蟾津)을 이뤘다. 그리고 티끌이 쌓여 백두(白頭)와 무등(無等)을 세웠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의 한걸음, 한걸음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이 땅에 내놓았다. 그렇다면 기자는 믿는다. 광주학생들의 손으로 써내려간 편지들이 이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갈 희망이 되리라는 것을…. 편지 하나하나들은 민들레 꽃씨가 되어 휴전선 장병들에게 사랑으로 꽃 피울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광주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손으로 써서 군 장병들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꽃씨가 돼 이 사회가 아름다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의 금호중앙여자고등학교와 대성여자중학교, 문성중학교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육군 제6897부대와 제1512부대, 해병대 제9518부대에 각각 군 장병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내고 있다. 학생들은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보내고 있다. 모두 직접 쓴 것들이다.

문성중학교와 해병대 제9518부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관계다. 문성중학교는 지난 2010년 발생한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교다. 문성중 학생들이 감사편지를 보내고 있는 부대는 고 서정우 하사가 근무했던 해병대 제9518부대이다. 대성여중·금호중앙여고는 감사편지를 보내는 부대와 우연하게 인연을 맺었지만 그 인연은 갈수록 깊어져가고 있다. 학생들은 감사를, 장병들은 자긍심과 함께 어린 학생들이 보내는 사랑을 느낀다.

각자의 인연으로 시작된 ‘군 장병감사편지 쓰기’는 국가기관과 학교·부대 간의 특별한 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광주전남지방병무청은 지난 3월 광주광역시교육청과 광주지역 3개 학교, 3개 부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된 내용은 ‘군 장병감사편지 쓰기’를 학생들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또 나라사랑 그림·글짓기 대회 수상작을 희망학교나 군부대에 전시, 교육적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사실 학생들에게 손 편지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카카오톡식 대화의 단문(短文)에 익숙하다. 부모에게도 쓰지 않는 편지를 얼굴도 모르는 군 장병들에게 쓴다는 것은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학생들은 또박또박 편지를 써내려가면서 ‘나를 위해 참으로 많은 이들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절로 깨닫는다고 한다.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군인아저씨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를 가슴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장병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다는 것은 나라에 감사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학생 개인에게는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하고, 큰 시야를 갖게 한다.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은 결코 어긋난 길로 가지 않는다. 군 장병 감사편지쓰기는 학생들의 인성을 계발하는 한편 한국 사회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나라사랑 씨앗뿌리기’나 다름없다.

학생들이 간단한 감사편지 한통 보내는 것 가지고 뭐 그리 대단한 말을 늘어놓느냐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간단한 편지 한통’을 통해 우리 자녀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나라를 생각한다면 이는 결코 간단한 편지가 아니다. 자신을 살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나라를 지키는 편지인 것이다. 노란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학생들의 ‘민들레편지’가 대한민국에 퍼지고 퍼져, 건강한 나라를 꽃피우는 씨앗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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