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얻는다 -조비오 신부를 추모하며

버려야 얻는다
-조비오 신부를 추모하며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광주 시민사회의 대표적 원로이신 조비오 신부님이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서 영면하셨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장례미사가 지난 달 23일 임동 성당에서 거행됐는데,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제, 신도, 시민들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2천석의 좌석을 가득 채웠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던 계엄군에 맞서 총 맞아 죽을 각오로 광주 민주인사들과 함께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고, “신부인 나조차도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며 신군부의 참담했던 학살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다.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화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던 그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지역에서 통일의 싹이 움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통일과 민족화합을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또한 40여년 동안 정신지체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등을 수용, 재활교육을 실시하는 소화자매원과 인연을 맺어 사랑의 참 의미를 실천해왔다.

그런 그였기에 남긴 유산은 통장 잔고 0원이며 유품은 낡은 양복과 이부자리, 책장 2개와 400여 권의 책 등이었고, 암으로 고통을 받는 중에도 “남은 유산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유지를 받들어 장례식에 조화 대신 보내온 쌀 4천여 kg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졌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일신을 돌보지 않고 나눔을 베푸셨던 조비오 신부님의 정신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정신이 되어왔다면 김영란법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평생을 내 것 챙기지 않으면서 다른 삶을 도우는 일을 해왔던 조비오 신부 같은 분이 있는가 하면, 넥슨 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모 검사장이나 스폰서 뇌물 의혹으로 최근 구속된 모 부장검사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기존에 가진 권력과 물질이 적잖을텐데 끝없는 욕심 때문에 결국은 파멸에 이르고마는 그들을 보면서 몽키 비즈니스 하나가 생각난다.

인도에서 원숭이를 산 채로 잡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고 한다.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만한 작은 구멍을 뚫어 놓은 상자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넣어서 원숭이가 노는 곳에 가져다 놓는다. 그러면 원숭이는 그 상자에 다가와서 손을 밀어 넣고 바나나를 꺼내려고 한다. 그런데 바나나를 움켜쥔 채로 손을 빼려고 하지만 손이 빠지지 않는다. 이 때 다가가서 원숭이를 잡으면 된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움켜쥔 손을 펴기만 하면 도망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이 커서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이다. 원숭이가 자유와 먹을 것 중 어디에 더 가치를 둬야하는지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인 것이다.

사람은 원숭이와 같은 짐승과는 달리 무엇이 더 가치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과 판단력이 있는 것인데 모 검사장과 부장검사는 원숭이짓을 하고만 것이다. 물욕을 버렸으면 권력과 명예를 유지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 사회에 이런 원숭이짓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기 때문에 조비오신부의 개인적 욕심을 버리는 삶이 더 빛나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좀 뜬금없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반기문 총장께 부탁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청소년들에게 진정으로 존경받는 지도자가 별로 없다. 그나마 요즘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요 존경의 대상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그런 그가 최근 언행으로 보면 내년 대통령선거에 뜻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당락을 떠나서 일단 대선에 뛰어들면 진흙탕싸움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보다 선거문화가 선진화되어 있다는 미국의 대통령선거도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간에 막말과 인신공격까지 진흙탕 싸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선은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 총장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공격 대상이 되어 적잖은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이 반 총장에게 갖고 있는 환상이 다소나마 깨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세계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더 이상 어떤 권력이나 명예가 필요하단 말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아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되고, 난마처럼 얽힌 어지러운 세상에서 원로로서의 역할을 해주시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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