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다

위기는 곧 기회다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술주정꾼 아버지 밑에서 자란 두 형제 가운데 하나는 술주정꾼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목사가 되었다. 아버지처럼 술주정꾼이 된 아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술주정꾼이 되었습니까?”

그러자 주정꾼이 된 아들이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날마다 아버지의 술주정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까요.”

목사가 된 아들에게도 물었다.

“왜 당신은 아버지가 술 마시는 것을 보고도 술을 배우지 않았습니까?”

목사가 된 아들도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술주정하시는 아버지의 추한 모습을 보고 나는 저러지는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으니까요.”

위기라는 말은 위태할 위(危)와 시기 또는 기회 기(機)자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위기란 위험한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발전과 쇄신의 기회가 된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 그 어려움에 자조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기하지 않고 그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여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넘지 못하는 위기란 없다. 다만 그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타난다고도 했다.

요즘 우리 국민들을 보면 그것을 실감한다. 저금리·저성장과 내수경기 침체로 제2의 IMF가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고,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의 경제·안보 상황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위대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과 주도권 싸움으로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직접 나섰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국민주권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우리 집시법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인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은 그간 폭력을 자제하고 질서를 유지해 온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뤄낸 결과이다. 역대 최다 인원이 몰린 집회에서도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자정 넘어서까지 쓰레기를 직접 치우면서 솔선수범했다. 또한 권력의 눈치만 보던 검찰과 언론이 방향을 선회하여 국민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급기야는 진퇴 문제를 ‘여야 합의’로 떠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와 야권의 ‘9일 탄핵안 표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새누리당 비박계(비박근혜계)가 마침내 탄핵의 길을 택하도록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 분노한 국민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사후를 보장받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지만, 그럴수록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 분명해졌다. 이미 승부는 났다. 이제 박 대통령은 더 참람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9일 이전에 스스로 퇴진 날짜를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책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국민주권시대’를 선언하고 민주주의 새 역사를 쓰는 작금의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이 떨어뜨린 국격을 국민들이 되돌려놓고 있다.

232만의 인파가 몰렸어도 사고 한 건 없고, 연행자 한 명 없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는가 하면 집회 후 밤 늦게까지 쓰레기를 치우는 참가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둘째, 박정희신화를 비롯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른 바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도력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대단한 저력의 산물임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그 잘못된 박정희신화가 지금의 박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것을 국민들이 깨닫게 되었다.

셋째,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뒷거래나 편법이 판치다보니 원칙을 지키고 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바보로 평가받는 사회분위기가 있었다. 이제 성역은 없고 모든 불법과 비리는 밝혀지게 되어있음을 확인했다.

넷째, 지도자를 선출하는 기준과 가치관을 재정립하게 되었다.

정치 지도자를 후광이나 인연 그리고 감성에 의해 선출할 것이 아니라 지적 수준, 합리적 판단력 그리고 국민과의 공감능력 등을 감안하여 이성적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다섯째, 미래세대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은 대학생과 청년들이 취업에만 매달려 현실에 안주하고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였지만, 금번 사태를 보면서 그들도 누구 못지않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애국애족의 마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었다.

여섯째, 정치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비선실세가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경제와 사회를 지배하면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다. 박 대통령의 퇴진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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