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방’에 서서 광주민심을 들어라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우다방’에 서서 광주민심을 들어라
 

<오치남 편집국장>

새해 벽두부터 제19대 대통령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변론과 증인심문에 들어가는 등 탄핵 심판이 속도를 내고 있다. 탄핵 기각이란 변수는 있지만 탄핵 인용을 염두에 두고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여야를 떠나 대선 주자들이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광주가 또 다시 ‘대권 점령의 심장부’로 자리잡고 있다.

광주 등 호남 사람들의 의중과 상관없이 대선 주자들은 광주에 목숨을 걸고 있다. 거의 모두가 약무호남시무대선(若無湖南是無大選·호남이 없으면 대선도 없다)이라며 광주민심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기가 막힌다. 그들이 언제, 얼마나 광주를 사랑하고 애정을 쏟았는지 되묻고 싶다. 공자의 ‘춘추’ 주석서인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에 ‘내자물거 거자막추(來者勿拒 去者莫追·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라 했듯이 광주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막지 않고 잡지 않고 있는 것이 광주의 대선 민심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더 안달이 나서 광주 민심에 읍소하고 있는지 모른다.

왜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 목메고 있을까. 예로부터 호남은 각종 선거에서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고지 정복의 교두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에게는 극복해야 할 ‘산’이요, 야권에게는 사수해야 할 ‘텃밭’아니겠는가.

하루가 멀다하고 광주를 찾는 여야 대선 주자들에게 24시간동안 우다방에 서서 광주민심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다방’은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2가 옛 광주우체국(현 광주 충장로우체국) 계단과 계단앞 작은 공간을 말한다. 이 곳이 우다방으로 불린 것은 지난 1963년 광주우체국 청사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당시 광주의 가장 중심가에 냉·난방 시설과 엘리베이터를 갖춘 초현대식 대형 건물이 들어섰으니 얼마나 인기가 많았겠는가. 하지만 ‘우다방’이란 애칭은 약속과 만남의 장소이자 소통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젊은 층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리 모르겠지만 50대 이상 광주시민 대다수는 약속장소가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적당하지 않을 경우 일단 “우다방앞”이다. 이 곳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거나 본격적으로 약속장소를 정해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우다방이 단순히 추억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소통을 할 수 있게 다리역할을 해준 셈이다.

이 곳은 특히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금남로 쪽으로 달려온 군중의 예비집결지이자 대피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광주우체국은 동구 제봉로 211(대인동)로 이전했으나 아직도 ‘우다방’이란 안내판이 우체국 계단앞 길거리 바닥에 놓여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잠들지 않고 광주시민이나 충장로를 찾는 외지인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우다방 일대를 찾거나 지나는 사람들도 매우 많을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에서부터 청·장년, 노년층까지 다양해 민심을 듣기에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선 주자들에게 우다방에 서서 민심을 들어보라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은 광주를 방문, 당원이나 지지자, 또는 유력인사들만 만나고 떠난 뒤 민심을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제2의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2002년 3월 16일 대선 민주당 광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기적같은 역전극으로 ‘노풍’을 일으켜 대통령에 당선됐던 역사를 재현해 보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광주 등 호남민심은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광주시민들이 2002년 당시 유력 후보였던 이인제·한화갑 대신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것은 ‘대통령감’이란 정치적 혜안을 가졌기 때문 아니었을까.

대선 주자들이여, 광주민심과 정신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있다. 부당하게 국정을 수행하지 말고 ‘온전한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범주에 들어온 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주자도, 바짝 뒤쫓고 있는 주자도, 다크호스로 불리고 있는 주자들도 광주민심을 얻을 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24시간 잠들지 않는 우다방에서 민심을 듣고 구하라는 조언을 거듭 당부하고 싶을 뿐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