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뱉은 덕담에 스트레스…‘명절 잔혹사’ 이제 그만

자존심 건드리는 진학·취업·결혼 얘기 삼가야

진심 담겼더라도 정겨움 대신 상처를 안길수도

오랜만에 만나 가정불화까지…‘역지사지’ 필요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설 명절. 하지만 무심코 내 뱉는 덕담이나 사소한 불화로 인한 가정 폭력으로 얼룩이 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진심 어린 걱정이라도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해도, 설 명절 가족 친지간 정겨움은 훨씬 커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오랜 시간 소통부재와 이해부족이 원인이다. 세상이 각박해져 피를 나눈 형제지만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 않고 내 입장만 생각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설 명절만큼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명절 모임 때면 자존심을 건드리는 진학, 취업, 결혼 얘기 등에 시달려는 사람들이 많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와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구직자(312명)들은 ▲취업은 했니?(20.8%)를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았다. 다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래? (11.2%) ▲살 많이 쪘네! 관리도 좀 해야지(9.3%) ▲네 나이가 몇 살인데(9%), ▲누구는 대기업 들어갔다던데(8%), ▲결혼은 언제 하려고?(7.7%), ▲너무 고르지 말고 아무데나 들어가(6.4%), ▲왜 취업이 안 되는 거야?(5.8%), ▲차라리 기술을 배우는 건 어때?(4.5%), ▲자리 한 번 알아봐줘?(3.5%) 등이 있었다. 올해도 심한 구직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는 발언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615명)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사귀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하려고?(28.9%)가 1위에 올랐다.

이밖에 ▲월급은 얼마야? 먹고 살만해?(17.7%), ▲살 많이 쪘구나!’(14.8%) ▲모아놓은 돈은 있니?(8.6%)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획은 있니?(6.7%), ▲애는 언제 가지려고?(3.7%), ▲왜 이렇게 얼굴이 안 좋아졌니?(3.6%), ▲누구는 OO에서 스카우트 됐다던데(2.8%), ▲부모님께 효도는 하고 있니?(2.4%) ▲집은 언제 사려고?(2.1%) ▲너 아직도 승진 못했니?(1.8%) 등을 들었다.

설 명절에는 경찰서에 평소보다 많은 가정폭력 사건이 접수된다.

오랜만에 객지에 나갔던 형제자매와 부모와 친지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에 부모봉양이나 부모 재산문제로 형제끼리 말다툼을 하다가, 부부간에 본가와 처가방문을 놓고 말싸움을 하다 가정폭력으로 번지기 때문.

경찰청이 밝힌 명절 연휴 가정 폭력 112 신고 현황에 따르면 설 연휴 가정 폭력 신고는 2014년 3천138건에서 2015년 4천508건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도 4천457건에 달했다.

광주여성의전화상담소 관계자는 “가족, 친지가 모이는 명절일수록 한번 더 참을 ‘인’자를 되새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명절에는 가족간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다툼을 줄일 뿐만 아니라 위안과 큰 힘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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