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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의 남도일보 칼럼함양군의 조병갑 선정비
김경태 기자  |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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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4  15: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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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의 조병갑 선정비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조선 말기 부패 아이콘 고부군수 조병갑(1844~1911)이 함양군수 시절에는 청렴한 관료였다니.

1월 18일에 경남 함양군 상림(上林)에 조병갑 청덕선정비가 있다하여 함양군을 갔다. 상림 역사인물공원 입구 왼편 사적비군(群)에 조병갑 청덕선정비가 있다. 안내판이 두 개나 있어 찾기 쉬웠다.

먼저 조병갑 청덕선정비부터 살폈다. 글씨가 희미하다. 자세히 보니 ‘郡守趙侯秉甲淸德善政碑(군수조후병갑청덕선정비)’라고 한자로 적혀 있고 좌우에도 한자들이 있다. 비 앞에는 ‘청덕선정비 안내판’이 있다.

선후지사(先候之思) 유민시무(遺民是撫) 삭늠선해 감조견포 속신정엄(束薪政嚴)…

조병갑 군수는 유민을 편하게 하고 봉급을 털어 관청을 고치고 세금을 감해주며 마음이 곧고 정사에 엄했기에 그 사심 없는 선정을 기리어 고종 24년(1887년) 비를 세웠다.

이 비는 1887년 7월에 세워졌다. 조병갑은 1886년 4월부터 1887년 6월까지 1년 2개월간 함양군수를 하다가, 1887년 8월에 김해부사로 부임하였고, 1892년 4월부터 1894년 1월까지 고부군수로 재임하였다.

안내문을 읽으니 가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함양군수 시절엔 봉급을 털어 관청을 고치고 백성을 편하게 하고 세금을 감해 준 청렴한 사람이 고부군수 시절에는 탐학오리(貪虐汚吏)였다니.

1892년 4월에 고부군수로 부임한 조병갑은 태인군수였던 아버지 조규순의 공적비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고부 농민에게서 1천여 냥을 빼앗았다.

부친 공적비 세우는 경비도 백성들에게 수탈한 조병갑이 봉급을 털어 관청을 고쳤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조병갑의 탐학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만석보(萬石洑)이다. 멀쩡한 보를 허물고 새로 보를 만들어 수세를 받았다. 또한 농토 개간 시 세금 5년 면제를 약속하고도 세금을 받았다. 아울러 불효·음행·잡기 등 갖가지 죄목을 엮어 옥에 가둔 후 돈을 받고서야 풀어주었는데 그렇게 거둔 돈이 2만 냥이었다.

그는 익산군수로 발령이 났는데 전라감사 김문현에게 유임운동을 벌여 1894년 1월 9일에 유임되었다. 이러자 동학 접주 전봉준이 1월 10일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부농민봉기를 일으켰고, 조병갑은 간신히 도망쳤다.

한편 조병갑 청덕선정비 옆에는 함양군에서 세운 안내판이 있다.

조선 말기는 외세의 간섭이 많아지고 국정이 혼미하여 매관매직이 심했던 때이다. 조병갑은 고부군수로 재임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백성을 착취하였다. 이 시기 탐관오리의 대표적 인물로 갑오동학농민운동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 때문에 우리 군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탐관오리 조병갑의 선정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선비정신과 구국정신이 강한 함양군에서는 이러한 역사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역사의 교훈이라는 점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 비를 보존하기로 하고 안내문을 설치하였다.

2014년 4월 함양농민회는 갑오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탐관오리 조병갑 선정비 철거를 위한 함양지역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철거운동을 전개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탐관오리란 아픈 역사도 기억하자는 취지로 철거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함양군은 수차례 간담회를 열어 선정비는 존치하되 역사적 잘못을 적은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합의하여 2015년 6월 조병갑 선정비 옆에 안내판을 세웠다.

다산 정약용은 1818년에 지은 <목민심서>의 ‘해관 6조’에서 “수령이 이임하면 수백 냥을 교활한 아전에게 주어 선정비를 세우게 한다. 이 돈을 비채(碑債)라고 하니 제 손으로 자기 비를 세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조병갑 청덕선정비만 가짜일까? 함양군 역사인물공원에 있는 여타 선정비는 모두 진짜인가? 광주·전남 지역의 선정비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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