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박종렬 광주여자대학교 경찰법학과 교수>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작년 1월 6일 북한은 전세계의 우려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대내외적으로 첫 수소탄 실험의 성공을 자축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3월에 동해상으로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4월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5월과 6월에 무수단 계열의 미사일 발사, 7월과 8월에 SLBM과 노동미사일 발사, 9월에 스커드 계열 추정 미사일 발사 및 신형 핵탄두 위력 판정 시험, 10월에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 무수한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미국의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잠시 소강상태를 맞는 듯하더니, 다시금 2017년 2월 12일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 2형(Polar Star-Ⅱ)’의 발사를 감행했다. 이는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행한 미사일 발사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미국 신행정부 출범이후 첫 도발이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공동요청으로 2월 13일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안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북한에 추가적인 중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같은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아주 큰 문제”이며 “북한을 아주 강력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감행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반인권적인 행태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ICBM급 미사일 1기를 발사하는 데는, 기지 건설비용을 포함해 9천억원 내외가 소모된다고 한다. 어림잡아 북한은 2016년에만 약 23조원을 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북한 주민 전체를 10년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금액이 된다(2015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남성 1년 쌀 소비량 62.9kg 기준).

현재 북한은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부족 국가’이다. 동 기관의 작년 말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올해 외부 지원이나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식량 부족량 69만4천톤 중 2016년 10월 기준으로 23%가량인 16만3천톤을 확보하는 데 그쳐 올해 식량 부족분 가운데 무려 77%를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에 이어 ‘식량부족 국가’로 재지정 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만성적 식량난에 처해 있는 북한이 ICBM급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실험을 계속한다는 것은 반인권적일 것이다.

둘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되고 있는 UN을 중심으로 한 세계 평화 유지에 중대한 위반 행위이다. 이미 그동안 북한의 도발적인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와 관련, 유엔 안보리는 제1718호 및 제1874호 결의를 통해 이러한 행위에 대한 중단 및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의 행위는 ‘평화적 우주이용 권리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NPT 탈퇴 및 핵 무기 개발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국제사회는 이미 북한에 대해 위성발사를 포함해 모든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안보리 결의 제1874호)하고 있어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정당성이 확보될 수가 없다.

셋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 위협 요소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는 세계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통해 국제적으로 체제 안정과 북한의 입지를 굳히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정당한 명분 없이 봉건 왕조와 같은 3대 세습을 이룬 김정은 정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책동은 일본의 무장 및 군비 확대,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명분을 주고 있어 우리에게는 심각한 안보 위협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전 세계는 영국의 유로존 탈퇴와 미국의 트럼프 정국 출범으로 인한 국수화 경향 및 신냉전 시대의 시작을 우려하고 있으며, 우리가 속한 아시아 지역 또한 중국의 군사 대국화에 따른 안보 위협과 일본의 극우화 경향으로 인한 주변국들과의 갈등 등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세계 평화 질서 유지에 역행하는 시대적 급변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금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기름을 끼얻는 꼴이 되어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정세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항상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국제연합(UN)과 개인의 인권을 국제적 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국제인권법’의 탄생 등은 그 좋은 예일 것이며, 이를 중심으로 세계 평화 질서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말이다. 우리는 금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내적으로는 자위권 확보를 위한 안보 체제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며, 외적으로는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를 아우르는 실리적 외교를 추진해 북한으로 하여금 또 다시 무모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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