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류와 한파

<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날씨는 계절을 이길 수 없다. 계절은 태양이 지구를 비추는 지점에 따라 결정된다. 태양은 우리나라로부터 가장 먼 위치인 남위 23.5도 지점을 동지날에 찍고 하짓날 북위 23.5도 지점을 찍기 위해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 춘하추동의 태양 여행으로 우리는 더위와 추위를 번갈아 탄다. 이번 겨울도 봄에 자리를 내어 줄 때가 된 것 같다. 한 낮의 따스함이 두툼한 옷을 부담스럽게 한다. 이번 겨울은 12월과 1월 전반에는 대체로 포근한 날씨를 보이면서 눈 보다는 비가 주로 내렸고, 1월 중·후반과 2월 전반에는 북쪽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유입돼 기온이 떨어지면서 광주, 전남 서해안과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고, 수은주도 끌어내렸다. 전반적으로 삼한사온의 주기가 반복됐으나 대체로 평년 보다 기온이 높았던 날이 많아 이례적인 수준의 한파는 없었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일반적 겨울철 날씨에서 벗어나는 강력한 한파를 맞이할 때가 있다. 지난해 겨울의 경우, 대체로 평년 보다 기온이 높아 포근했으나 한차례 강한 추위가 닥치면서 2016년 1월 24일 광주의 일 최저기온이 영하 11.7도까지 떨어지고 일 최고기온도 영하 7.7도에 머무르면서 이날 관측 기록상 두 번째로 낮은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겨울철에 갑작스럽게 닥치는 한파의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제트기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트기류(Jet Stream)는 대류권 상부에서 부는 강한 서풍계열의 바람대로서 차가운 북극의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중위도지방의 공기가 만나면서 형성되며, 겨울철 풍속은 보통 시속 100km를 넘는다. 제트기류는 남북의 온도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북극 한기의 강도에 따라 위치와 세기가 달라진다. 강한 제트기류는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강도가 약할 때는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굽이쳐 흐르면서 극지방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오는 데 이때 우리는 가끔 혹독한 한파를 경험하게 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갈수록 따뜻한 겨울을 보낼 확률이 분명 높아지고 있다. 과거 겨울에는 일상적이었던 한파를 지금의 기후에 적응돼 있는 우리가 이를 더욱 춥게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의 기후변화 양상을 보면 겨울이 우리에게 ‘꽁꽁’이라는 추위를 연상시키는 때가 먼 과거의 일로 여겨질 때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기후가 기울어지면서 한난의 변동폭이 커져가는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상청이 올해 초 이상기후팀을 신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빨라지는 기후변화의 시계에 우리 모두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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