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사다리’를 놓는 이유

‘꿈사다리’를 놓는 이유
<윤승중 전남도 자치행정국장>
 

연초, 서울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신년휘호를 받았다. ‘운증용변(雲蒸龍變)’이다. 사기에 나오는 말로 직역하면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뱀이 용이 된다’는 것인데 영웅호걸이 기회를 얻어 크게 일어선다는 뜻이다. 지금 나서고 있는 대권주자에게 들어맞는 휘호같다. 필자의 입장에선 좀 쑥스런 휘호지만 사람 나름대로 변화를 도모해야 할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격려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필자의 경우는 퇴직 후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문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이것은 청년들과 취업준비생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것이다. ‘운증용변’처럼 기회를 살린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이다. 준비를 충분히 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태어나서 이십 몇 년 동안 준비한 이땅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취업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기업으로 가기 어려워 공무원 진출을 노리는 소위 ‘공시족’도 3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시험에 떨어지고 나면 또 1년을 준비해야 하고, 그 성공도 보장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한 개인의 취업실패도 문제지만 고용시장의 불안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상황도 심각하지만 고용없는 성장이 진행되다 보니 취업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다보니 ‘3포세대’라는 자조적인 단어까지 생겼다. 수입이 없기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변화의 트렌드로 볼 때, 앞으로도 취업전망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현재의 직업이 20년이내에 대부분 사라진다는 예측도 있다. 대마불사라던 대기업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서 ‘창업’을 이야기 한다. 경기가 안 좋을 때면 우리나라엔 소위 ‘치킨’ 창업이 늘어난다. 우리나라 치킨집이 맥도날드 전세계 매장 3만5천여개 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것이고 따라서 수익성이 없다는 얘기다. 창업을 통한 자영업도 한계가 있다. 아이디어가 좋다면 펀드모집을 통해 창업도 가능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특허 등 재산권보호를 받기까지 과정도 험난하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보차원에서 거론하자면, 전남도에서는 ‘푸른돌’ 사업을 통해 청년상인 육성에 나서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창업을 유도하고 1인당 3천만원을 지원한다. 의외로 예비청년창업자들의 참여가 높다. 뭔가 해보려고 나선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책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남지역 내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꿈사다리’를 놓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저소득층 아동의 기초학력을 보강하기 위해 청년학습도우미를 배치하는 것으로 ‘꿈사다리 공부방’ 운영사업이다. 사실 현 시스템 하에서 학력은 취업과 관련된 유일한 경쟁력이다. 따라서 이 학력과 관련된 분야에서부터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게 사다리의 역할이 될 것이다.

문제는 현 시대의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느냐’다. 사람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은 ‘너는 꿈도 꾸지마, 또는 꿈깨라!’라는 단어라고 한다. 꿈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갈 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전남도가 ‘꿈사다리’를 놓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사실 교육이야 말로 어린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부의 격차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날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는 게 안타깝다.

또한 취업에 실패한 청년이나 현직에 근무하는 누구라도 ‘패자부활전’에 나갈 수 있는 무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자신의 역량이 발휘되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이것이 ‘꿈사다리’의 실재일 것이다. 취업에서 창업으로, 취업에서 재취업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할 때 우리 사회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 그늘진 곳에 ‘꿈사다리’를 놓는 일에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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