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켜면 벌금”…자동차 깜빡이 주의보

블랙박스·스마트폰 영향 공익신고 급증

포상금 없는데도 5년새 11배나 늘어

신호 대기·차선 변경때 미조작 대부분

#.지난 1월 회사원 오모(36)씨는 경찰서에서 날라온 교통법규위반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경찰이 보낸 통지서는 오씨의 차량이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방향지시등을 키지 않고 진입해 교통법규를 위반했으니 범칙금 3만원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통지서에는 뒷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오씨의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채 아파트에 들어서는 모습도 함께 첨부됐다. 오씨는 마주오는 차량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리없이 아파트로 들어왔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이 앞섰지만, 교통법규 위반은 사실이기에 달리 억울한 마음을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통법규위반 ‘공익신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신고가 간편해지면서 이를 이용하는 신고자들이 늘고있는 추세다. 하지만 공익신고 가운데는 화풀이성·보복성 신고도 만만치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5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블랙박스 공익신고 건수는 ▲2011년 9만5천건 ▲2012년 16만건 ▲2013년 20만건 ▲2014년 44만5천건 ▲2015년 65만5천건 ▲2016년 102만건으로 나타나는 등 5년만에 공익신고 건수가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3년 교통법규 위반 신고포상금제도가 없어졌지만, 블랙박스·스마트폰 등의 보편화 바람을 타고 공익신고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신고포상금제는 전문 신고꾼을 양성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도입 2년 만에 폐지됐다.

경찰은 공익신고가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와 계도 효과에 뛰어나다며 공익신고 증가를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광주 일선 경찰서 교통과에 근무중인 한 경찰관은 “공익신고가 늘어나면서 경찰관이 없는 곳에서도 교통법규가 잘 지켜지는 순기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전·방어운전에 충실한 운전자라면 경찰 단속 뿐 아니라 공익신고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신고 대부분은 방향지시등 미조작, 차선 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화풀이성 공익신고로 피해를 보는 운전자도 만만치 않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광주 풍암동에 거주하는 주부 심모(37·여)씨는 “이면도로 갓길에 주정차된 차량들 때문에 어쩔수 없이 중앙선을 약간 물고 천천히 주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못마땅히 여겨 뒷차에서 블랙박스로 신고를 했었다”며 “이 때문에 과태료 6만원을 물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회사원 김모(56)씨도 “서행중인 상황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했다고 과태료 통지서가 날라와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며 “블랙박스 신고가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정상참작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명백한 교통법규위반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물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블랙박스 등을 통해 신고가 들어오면 당사자가 경찰서에 출석해 확인후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올해부터는 명백한 법규위반 사항에 대해서만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어 억울한 운전자들이 줄어들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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