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굴비

<최연수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장>
 

최연수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장

세월이 유수와 같다. 통상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뜻이지만 한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로도 인식된다. 2017년 새해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어느덧 3월이다.

2016년은 여느 해와 달리 지구촌에도 기억될 만한 일들이 많았다. 유럽의 브랙시트,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 국내의 어지러운 정치, 사드배치 문제, 저성장 등 하나하나 거론하기 힘들 정도이다.

보통 사람들은 관심이 없겠지만 2016년은 국내 양식수산물 생산량이 처음으로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해였다. 또한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 수산물 생산도 양식수산물이 44%(201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그 만큼 양식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96만4천t으로 1972년 이후 44년만에 최저 수준인 반면, 양식 생산량은 188만t으로 연근해 생산량의 곱절에 이르렀다.

지난해 수산물 수출입 현황은 수출이 56만8천t이고, 수입이 144만3천t으로 금액으로 보면 25억2천600만달러의 적자수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양질의 수산물 생산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대량수입을 하게 된 요인은 크게 우리 국민의 수산물 소비성향과 기후온난화에 따른 어장환경 변화와 과도한 어획 등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2014년 58.4㎏으로 세계 1위이다. 이는 국민소득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수산물이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산동식물의 포획금지기간, 금지체장 등을 정해 수산자원의 번식ㆍ보호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이 추가된 낙지를 비롯한 대하, 해삼, 톳 등 40개 품종에 대해 포획ㆍ채취금지 기간을 돔, 넙치, 농어, 민어 등 39개 품종은 포획 금지체장을 대구, 홍어, 참조기, 갈치, 고등어 등 21개 품종은 포획금지와 금지 체장을 함께 제한하고 있다.

요즘 우리 식탁에서 가장 친근한 수산물은 김, 파래, 굴, 명태, 굴비, 고등어 등 소위 말하는 국민식품이다. 이 가운데 김, 파래 등 해조류를 제외하면 명태와 같이 전량 수입하거나, 수입비중이 높은 수산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일례로 조기의 경우 지난해 국내 생산 1만9천t보다 많은 2만8천438t을 수입했다.

조기는 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천일염으로부터 많은 유기질이 이전되고 건조기간 동안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타우린, 글루탐산 등이 생성돼 유리아미노산의 증가로 조기의 맛을 증가시킨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흡수가 증대되기 때문에 굴비로 가공 되었을때 다른 생선과 비교하면 영양소가 풍부해지고 맛과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 또한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과 노약자의 원기회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는 우리나라 서남해안과 동중국해, 대만근해에 분포하며 제주도와 동중국해에서 월동 후 3월 초순경부터 서해안으로 이동하는 생태특성을 갖고 있다. 참조기 어획량은 2015년 3만3천t에서 지난해 1만9천t으로 43%가 감소했고 굴비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영광군 조사결과 올해 설명절 판매액이 지난해 설에 비해 35%가 감소해 지역경제가 침체됐다고 한다.

굴비로 가공할 원물이 부족한데다 소비마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란법과 국내경기 침체의 영향이라지만 국민식품을 넘어 천년의 역사를 지닌 민족생선이라 불리는 굴비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조기자원의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전남도에서는 10년 전부터 참조기 인공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해 민간에 어린 조기 분양과 함께 기술 이전을 통해 양식조기의 상품화 길을 열었다.

그러나 일부 굴비업체에서는 자연산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반대를 하는 곳도 있다. 인류는 이미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었고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이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이러한 시대에 굴비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원료부족 문제 해결과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굴비 소비를 불신시키는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족생선 ‘굴비’가 서민들 식탁에 부담없이 올라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밥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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