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 이제 헌재는 역사를 바로잡아야

“상상 그 이상…” 이제 헌재는 역사를 바로잡아야

<박상신 칼럼니스트>
 

“박영수 특검은 태생적으로 위헌적인 수사 권력으로 전대미문의 검찰 공포시대를 이 땅에 연출했다.”

“국회는 힘이 넘치는데 약한 사람 하나는 여자다.”

“촛불과 태극기가 정면충돌해서 아스팔트 길이 피와 눈물로 덮여버린다.”

“대통령을 무고하면 반역이다.”

이는 국회가 만들고 대통령이 임명한 박영수 특검과 헌법재판소에 대해 대통령 측 변호인 김평우 변호사의 막말이다. 이외에도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삿대질은 물론, 고성과 주심재판관인 강일원 재판관에게 “국회의 수석대리인”이라 지칭하며 심지어 신성한 재판정을 모독하고도 모자라, 탄핵심판 기피신청도 이어나갔다. 그 외에도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막말이 차고도 넘친다.

무엇이 문제인가. 왜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역사에 되묻고 싶다.

우리 민족은 단군 이래 외부로부터 숱한 침범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민족의 타고난 긍지와 자존감을 바탕으로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근·현대사를 보라. 경술국치 이후 치욕스런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된 기쁨도 잠시, 열강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민초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과 북이 두 동강 나는 비운을 맞이했다.

그리고 열강에 의해 남과 북 사이엔 38선이란 이상한 경계가 그어지며 민초들의 ‘친일청산과 단일독립국’의 염원은 뒤로한 채, 남에는 친일부역자 정권이 수립되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가 일어나는 우(愚)를 범했다.

정부가 수립되고 역사는 시간의 강을 따라 70여 년이 흘렀다. 어느 새 4·19와 5·16 군사정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86년 서울의 봄을 겪어야 했고, IMF라는 국가부도의 위기를 몸소 체험하며 세계 역사상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피와 땀으로 얼룩진 민초들의 노력과 투쟁, 목숨도 불사른 결과, OECD에 가입하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친일의 잔재가 깊이 뿌리박힌 정권은 그 열매의 과실을 독식하며 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겼고, 더 나가 법 위에 군림하며 정권에 반대하는 의견이나 사람에게 ‘종북, 빨갱이’란 명찰을 붙여 단죄했다. 편 가르기 흑백논리는 정권의 서슬 퍼런 칼날이 되어 정적들을 탄압했으며 수십 년간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켰다. 이도 모자라 최근 몇 달 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실로 엄청난 ‘국가권력의 사유화’사태를 유발하는 빌미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젠 일말의 양심이나 죄의식도 없다. 부정부패를 입막음하려 또다시 ‘종북, 빨갱이’란 아픈 과거의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종북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상상 그 이상’의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연일 봇물 터지듯 나온다. 어떤 소설가도 상상해 낼 수 없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부패 공화국의 실체가 사실로 드러날 때마다 민초들의 마음은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 삶의 희망도 희미해진다.

이제 결단의 날(3월 10일)이 다가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10일 오전 11시에 발표된다.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법과 양심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추상(秋霜)과도 같은 준엄한 판결을 염원하는 바이다.

역사란 사실의 기록이며 되새김의 기억장치다. 그래서 역사란 가지 말아야 할 길에 대한 가르침이요, 후대(後代)의 스승과도 같다.

100여 년 전,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乙巳五賊)의 적폐(積弊)를 상기하자. 그들의 매국(賣國)은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이요, 가르침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며칠 전 아쉽게 끝난 박영수 특검팀의 공명정대한 수사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그들의 헌신이 역사를 바꾸는 시발점이듯 헌법의 수호자인 8인의 재판관들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이른 구국(救國)의 보루이자 준엄한 심판자로서 역사적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훗날, 후대(後代)는 기억할 것이다. 그들의 의로운 판결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유산이었음을…. 그리고 ‘상상 그 이상’의 부패와 부정이 사라지는 계기였음을….

헌법 수호자들이여! 그대들의 뒤편에는 국민이 함께한다는 사실,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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