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과 광주(2)

4차산업과 광주(2)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4차산업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기술 융합의 방향을 모르는 까닭이다. 단정하는 순간 실체는 변해 있을 수 있다. 양자역학처럼 예측되지 않는다. 대비하는 자세를 묻는 게 중요하다. 끊임없이 흐름을 추적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그 흐름의 귀결점은 창의성과 융합이다. 경제적 가치는 그 곳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4차산업이란 단어를 모른다. 언어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이나믹 한국은 다르다. 말이 주는 신선함에 열광한다. IT 세계 최강의 한국이 가장 적절한 단어를 만난 셈이다. 최근 인천공항이 4차산업 접목을 선포했다. 승객흐름과 화물이동을 실시간 파악해 제공한다. 선언 자체에 이미 가치가 부여됐다. 공항에 들어서면 완벽한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승객들은 설렌다. 그 것은 선점 효과이다.

살면서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기는 힘들다. 차라리 새집을 잘 꾸며 이사하는 게 낫다. 미래형 완성차 공장들은 새로운 물리적 공간과 시스템을 원한다. 백지상태로 제공되는 광주가 적지다. 광주는 넘치지 않기에 4차산업을 잘 담아낼 수 있다. 앞으로 조성될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와 에너지 첨단산단이 그렇다. 선언하고 선점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 가로등과 신호등, CCTV 등에서부터 에너지와 교통, 도시환경 등의 모든 인프라에 ICT에 접목시켜 건설해 보자. 인천공항 승객들이 그렇듯 4차산업에 접목하려는 기업들을 설레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산업 생태계가 변할 것이다. 기술 빅뱅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GE는 비행기 엔진에 사물인터넷(IoT)을 부착했다. 구매자인 항공사에게 엔진 사용이력과, 부품 마모상태 등을 알려준다. 언제 보수를 해야 하는지, 관리서비스도 제공한다. 테슬라는 전기차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매자에게 최신 프로그램들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개발 중인 자율주행기술이 실시간으로 배달되는 셈이다. 제품에 ICT를 장착해 서비스사업까지 확대하는 게 제조업 4차산업의 본질이다. 물론 자동화는 필수 조건이다. 소비자 요구도 공장으로 바로 전달되도록 설계한다. 제품의 내용과 형식을 기업이 설계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한다. 자동차 공용플랫폼 등의 시스템에 이 같은 4차산업의 개념을 담아내자. 부품업체도 규모화를 통해 물류에서 유통, 소비까지 데이터로 연결시켜야 한다. 모든 새로움에는 갈등구조가 있다. 시작부터 규제 프리존이 적용돼야 한다. 제약 없이 자율자동차가 도로를 누비도록 해야 한다.

광주 금형산업이 중소기업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들은 설계도면을 기계언어로 바꾸는 중이다. 금형 제작기간을 줄여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수많은 도면들을 버리지 않고 모으고 그 것을 솔루션업체와 상의해 컴퓨터로 저장해 빅데이터로 만들어 활용한다. 일련의 과정들은 4차산업 개념들로 채워져 있다. 가능한 것부터 찾아본 결과다. 자동화 공정, 데이터관리, 인공지능 도입 솔루션 등에 관심을 기울인 덕분이다. 인터넷과 근거리 통신망 등으로 융합시킬 상품들은 많을 것이다. 쏟아지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 한전 등의 4차산업 관련 공모사업도 눈 여겨 보자. 향후 분야별로 제조업 자동화 공정은 표준화가 될 것이다. AI도 공개 플랫폼을 통해 부분적이지만 무료로 제공될 날이 온다. 기업간 융합, 이업종간 네크워크 등으로 규모화 하고 이 흐름을 주시하자. 변화는 곧 먹거리다.

4차산업은 특성상 탑다운(Top-Down)으로 진행된다. 대기업 중심의 규모화 된 투자로 빈익빈 부익부가 가중될 것이다. 중앙집권형 관리시스템이 들어서는 까닭에 일자리 감소와 중소기업 위기가 점쳐지기도 한다. 상쇄전략은 바텀업(Bottom-Up)의 거버넌스 구축이다. 주요 기관들이 개체(Device)처럼 연결돼 밑바닥 거버넌스를 구축하면 좋겠다. 이것은 광주정신과도 부합된다. 광주시를 중심으로 대학, 기업, 연구기관 등이 연결돼야 한다. 모임을 통해 융합 아이디어는 가다듬어질 것이고 부족한 기술들은 채워질 것이다. 향후 쏟아질 정부와 한전 등의 4차산업 지원사업에도 발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광주시의 공용 데이터 제공도 필요할 것이다. 통계청과 기상청, KT, SK 등의 유용한 데이터들이 젊은 청년 창업가에게 전달돼야 한다.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은 광주의 지리적 한계를 묻지 않는다. 광주 아이플렉스(I-Plex)공간이 한국 4차산업 창업 대열에 합류하길 원한다. 교육체계 변화도 이미 시작됐다. 영재들이 의사나 판검사 대신 AI의 치열한 두뇌전쟁에서 환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차산업은 융합형 창의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산업이다. 기존 체제를 바꿔야 가능하다. 그래서 혁명이란 단어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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