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최성 후보의 ‘아름다운 꼴찌’

박주선·최성 후보의 ‘아름다운 꼴찌’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꼴찌는 순서로 쳐서 맨 끝을 말한다. 어감상 그리 좋지 않은 단어다. 1등만을 강조해온 우리나라 정서상 꼴찌는 항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다만 인생 꼴찌에서 성공 드라마를 쓴 주인공에겐 반전의 용어다. 스포츠 등 다른 분야에서도 종종 ‘꼴찌의 반란’이란 극적 표현이 등장해 꿈과 희망,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정치, 단 1명의 당선인을 뽑는 선거에서 꼴찌는 거의 무의미에 가까운 게 우리의 현주소다. 하지만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두 야당 경선 후보 중 꼴찌 2명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다. 주인공은 국민의당 박주선 후보(국회 부의장)와 더불어민주당 최성 후보(경기 고양시장)다. 안철수 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각각 국민의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가운데 박 후보와 최 후보 나란히 꼴찌를 기록했다. 천정배 의원이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박 후보는 전남 보성, 최 후보는 광주로 각각 전남·광주 출신의 유일한 후보란 공통점을 지녔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장 늦게 경선에 참여한 점도 같았다. 계속 꼴찌로 달려 중도 포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완주한 점도 주목받았다. 특히 두 후보 모두 각각 국민의당과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란 같은 꿈을 꿨다.

이들은 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선보다는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에 참여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아름다운 경선’을 마쳤다.

박 후보는 4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서 열린 마지막 전국 순회경선 연설에서 “국민의당 집권을 위해 스스로 몸을 태우는 촛불이 되겠다”며 “스스로를 썩혀 결실을 맺는 밀알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날까지 7차례 순회경선(80%) 누적득표와 여론조사(20%) 결과를 합산한 결과 6.92%로 안철수 후보 75.01%, 손학규 후보 18.07%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2일 서울·인천지역 경선 연설에서 “4번 구속, 4번 무죄라는 보통사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진 고통을 겪었다”며 “여기서 1등을 하는 대이변과 돌풍은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호소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에서 유효투표 3만5천421표 가운데 1천28표(2.90%)를 얻어 3위에 그쳤다. 안철수 후보 3만633표(86.48%)와 손학규 후보 3천760표(10.62%)에 크게 뒤졌다.

박 후보는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제주지역 첫 경선에서 1만195표(16.40%)로 3위에 그쳐 이미 꼴찌를 예고했었다. 당시 텃밭에서 1위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그는 ‘안철수 열풍’을 막지 못해 참패를 당했다. 다소 의외의 결과에 낙담했던 박 후보측은 중도 사퇴를 고심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완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쪽은 최 후보다. 물론 민주당 4명의 경선 후보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낮아 꼴찌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 결과 0.3%에 그쳤다. 문재인 후보 60.4%, 이재명 후보 22%, 안희정 지사 17.3%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최 후보는 투표소투표, ARS투표, 순회투표에서 각각 68표(0.3%), 2천표(0.3%), 41표(0.3%)를 확보했다. 그는 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강원·제주 누적 득표율도 0.3%(4천943표)였다. 문 후보 57%(93만6천419표), 안 후보 21.5%(35만3천631표), 이 후보 21.2%(34만7천647표)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그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아름답게 퇴장했다.

이제 박주선 후보와 최성 후보는 본연의 업무인 국회 부의장과 고양시장으로 돌아갔다. 정치권은 ‘안철수 돌풍’과 ‘문재인 대세론’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대선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두 사람은 점점 더 잊혀질 것이다. 그들에겐 ‘6.9% 경선 후보’, ‘0.3% 경선 후보’란 꼬리표가 붙어다닐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 대선 경선 참여와 꼴찌 성적표가 앞으로 이들의 정치적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꼴찌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를 끝까지 펼친 주인공으로 광주·전남 지역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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