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지금’(Here & Now)인가, ‘거기 과거’(There & Past)인가

‘여기 지금’(Here & Now)인가, ‘거기 과거’(There & Past)인가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회가 4월 25일 현재 네 번 이뤄졌다. 주요 후보의 인식과 그 실천역량이 어떠한지 조금은 드러났다. 그들 각자의 가면(persona)이 여럿인지라 관찰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도 남은 두 번의 TV 토론회가 관심을 끌지는 의문이다. 그 까닭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필자는 조만간 벌어질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촛불 정부’를 자리매김 주제로 선언할 후보가 나오리라는 기대를 접었다. 지난 4월 14일 <남도시론>에서 5·10 정부의 자리매김 주제는 ‘촛불 정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 정부’를 천명한 후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각 후보는 자신이 내세울 자리매김 주제에 따라 표심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으니 지금은 우선 큰 테두리만 내보이자고 했을 수 있다.

둘째, 토론의 상당한 내용이 과거를 되새김하여 성찰하는 반성(反省)이 아니라 ‘여기 지금’의 문제를 과거로 환원하려는 의지로 채워졌다. 일부 후보의 인식과 실천은 ‘거기 과거’에 얽매여 장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퇴행성을 드러냈다. 반면에 ‘거기 과거’는 잊지 않고 성찰하되 지나간 그곳에 얽매이지 않고 ‘여기 지금’에 충실하여 참여와 연대의 희망이 샘솟고 열매를 맺는 가까운 장래와 미래로 나아가자고 함이 촛불을 든 수많은 사람의 바람일 거다.

오늘의 북핵 문제를 2003년과 2008년 각각 퇴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몇몇 후보에게서 약 20년 전에서 약 10년 전 사이에 행해진 주요 정책을 자기 틀에서는 엄격히 평가면서도 정작 최근 9년간에 자기집단이 펼친 정책의 잘잘못에 대해서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음을 본다. 옛날 옛적 과거는 샅샅이 샅까지 훑으면서도 최근 과거는 거죽도 만져보려는 기색이 없다. 최근 9년간 집권층의 기념비적인(?) 열매인 4대강 녹조라테, ‘4·16 사변’, 대통령 파면 등의 경위를 샅샅이 뒤지고 속살까지 드러내 보여줘야, 옛 과거와 최근 과거에 대한 평가가 형평성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다. 상대에 대한 비판은 현란하나 자기 성찰은 초라하다.

일부 후보의 토론 행태는 ‘여기 지금’에 집중하기보다는 ‘거기 과거’를 냅다 들이 파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들의 논리는 ‘과거 환원론’이다. ‘여기 지금’의 문제는 바로 직전의 여러 힘이 작용한 결과라기보다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과거의 여러 힘이 작용한 결과이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과거로 갈수록 그 과거가 영향을 미치는 한계 기여도는 체증하게 된다.

과거 사실의 한계 기여도 체증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생각건대, 10년 전 연애실패에 따른 트라우마와 1년 전 실직 중에서 ‘여기 지금’의 문제에 대한 한계 기여도는 후자가 100이라면 전자는 10가량일 거다. 당시에 하늘나라로 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을 10년 전 트라우마는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인자이기는 해도 생계를 위협하는 1년 전 실직은 생존의 문제이기에 ‘여기 지금’에 대한 영향력은 현저하게 크다고 봄이 타당하다.

프로이트(S. Freud)가 토대를 다진 정신분석 상담이론을 공부하면서 생후 60개월간에 성격이 거의 결정된다는 내용에 마음이 불편했다. 과장하면, ‘여기 지금’ 나의 모습은 생후 60개월간에 이미 결정되었으니, 나를 인식하려면 생후 60개월간에 나와 주된 양육자인 어머니·아버지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샅샅이 파고들어야 한다. 내 마음속에서 타는 꺼지지 않는 촛불인 그 어떤 일을 찾아냈다고 해서 나의 심리적 상황이 해결되는가? 그 촛불을 꺼보겠노라고 복강경 수술하듯이 생후 60개월을 추적하는 중에 당사자가 심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촛불을 끄려고 하기보다는 ‘여기 지금’의 생활을 즐겁게 하려는 노력이 효과적이다. 대낮에 촛불은 위력이 없다. 촛불의 위력을 감소시키려면 촛불의 배경을 밝게 하면 된다.

‘거기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여기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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