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키’를 아시나요? 자연치유 육아 논란

약·예방접종 안하는 엄마들 “항생제 못믿어…”

“집단면역 무임승차…어린이집 보내지마” 비판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진희(33)씨는 아토피를 겪고 있는 세살배기 아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도 꾸준히 다니며 처방받은 약도 수시로 바르고 먹였지만, 아들의 아토피가 낫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고민을 거듭하던 김씨는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안아키(약 안쓰고 우리 아이 키우기)’ 치료법을 해볼 생각이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 검증되지 않은 안아키의 효능과 부작용 등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서다.

최근 자연면역력에 대한 신념으로 아이에게 약을 안 먹이고 예방접종을 안 시키는 일명 ‘안아키’ 부모들이 논란이다. 백신이나 항생제 보다 면역력을 통한 자연치유가 아이들의 건강에 좋다고 믿는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연치유법을 서로 공유하고 공부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아키 인터넷 커뮤니티의 경우 회원수가 5만7천명을 넘어설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전문 의료 지식이 아닌 교양 서적 등의 내용을 함께 공부하며 아픈 자녀에 대한 치료법을 연구한다. 특히 백신이나 항생제 같은 약물에 대해 근본적으로 불신하기 때문에 자연면역력으로 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안아키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내용도 항생제의 위험성과 부작용, 자연치유 방법과 효능 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안아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부 안아키 엄마들이 아이의 피부에서 진물이 나오는 등 심하게 덧난 상황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는 것은 ‘공중보건’ 상식에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가 예방접종을 한 집단에 속해 있을 경우 ‘집단면역’을 깨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면역이란 한 집단 중에 특정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을 때 그 질환에 대한 전체 인구집단의 저항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평범한 엄마들 사이에서는 ‘안아키는 집단면역에 무임승차 하는꼴’, ‘예방접종을 안 했으면 어린이집에 보내지나 말지’, ‘자식 키우는 방법이야 다 다르지만 안아키는 자기 집에서만 하세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다.

전문가들도 자연면역력을 키운다는 안아키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공중보건과는 동떨어진 치유법이라고 설명한다.

고근 광주 생기가정의학과 원장은 “10명 중 7명만 예방접종을 해도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이 줄어들어 나머지 3명도 독감 등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게 집단면역의 원리인데, 자칫 예방접종률이 떨어지면 집단 전체가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서 백신이나 항생제의 나쁜점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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