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상왕(上王)으로 모셔라

국민을 상왕(上王)으로 모셔라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
 

이변은 없었다.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때 마치 우리나라가 왕조(王朝)시대로 되돌아갔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상왕(上王)’이란 주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박지원 상왕론’, ‘이해찬 상왕론’ 등으로 후보들간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곤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왕은 최순실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상대후보를 헐뜯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치부하더라도 뒷맛은 씁쓸했다.

과연 우리 대통령에게 상왕이 있을까?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제1조 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제1조 2항)라고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포함해 역대 정권에서 상왕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물도 존재하지 않았던가.

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정인물이 상왕처럼 군림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문 대통령이 그럴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상왕처럼 처신한다면 국민들이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문 대통령이 국민을 상왕으로 모시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니 국민을 상왕처럼 떠받드는 문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을 상왕으로 대접하기 위해선 선거때 한표 한표를 호소했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안주하지 말고 국민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청와대 개방’ 등 소극적인 소통으론 절대 안된다. 주변 인물에 휘둘려 ‘소통령’에 머물러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커다란 교훈이었다.

국방과 외교 등 막중한 대통령 책무도 결국 국민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어깨가 무겁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국민들은 ‘촛불 혁명’으로 위대한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태극기 집회’가 맞불을 놓으면서 국민들은 둘로 갈라졌다. 조기 대선으로 후보들간의 정책 대결 대신 네거티브 전략이 판쳤다. 대선 막바지에 해묵은 이념 논쟁이 가열된데다 지긋지긋한 지역 대결 구도 악습도 되살아났다. 결국 국민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민심 수습에 나설 유일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이후 갈라선 민심을 추스르지 못하면 제대로 국정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꼽히고 있다. 8년간 미국을 이끌고 퇴임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법적으론 할 수 없지만(4년 중임제) “4년 더∼∼∼”를 외치던 미국 국민의 함성을 들었다. 그의 수많은 리더십 가운데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그는 이른바 ‘오바마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 등 국정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의회에 앞서 국민 설득에 나섰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동의를 이끌어내야 국정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은 대통령에서 물러났으나 국민 마음속에 ‘영원한 대통령’으로 남게 했다. 그리고 그는 백악관을 나왔으나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어김없이 교도소로 향했던 우리의 ‘아픈 역사’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대통령이 공과(功過)를 떠나 국민과의 소통·화합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아쉬움도 남기고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11일자 ‘우다방 편지’를 통해 대선 후보들에게 “우다방에 서서 광주 민심을 들어라”고 주장했다. 대선 공약 결정은 물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국정을 수행하도록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다수 역대 대통령은 어떠했는가. 선거과정에서는 국민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처럼 처신했으나 청와대에 들어가면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청와대란 ‘폐쇄된 공간’에 갇혀 독선을 일삼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독단 국정’에 치우쳐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았는가.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의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물론 수많은 국정을 수행하면서 착오를 겪을 수 있다. 대선 공약을 100% 지킬 것으로 믿는 국민도 없다. 다만 국정 수행이나 공약 이행 또는 수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이다. 측근 인사들의 잘못된 여론 전달에 의지하지 말고 선거 때처럼 직접 국민속으로 파고 들어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거듭 요청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면서 법적으론 불가능하지만(5년 단임제) 국민에게 “5년 더∼∼∼”란 외침을 듣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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