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기상청이 전하는 날씨와 생활

만물이 가득, 소만(小滿)
<유근기 광주지방기상청 관측과장>
 

오는 21일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소생해 가득찬다는 24절기 중 8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이다. 입하(立夏)를 지낸 뒤의 소만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는 “4월이라 맹하(孟夏, 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의 한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봄이 맞나 싶을 정도의 더위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 2007부터 2016년까지 최근 10년간 소만의 일 평균기온은 20.2도, 일 평균최고기온은 27도로 한낮에는 여름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 같은 속담 처럼 쌀쌀한 추위가 만만치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만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10도이상 커지는 시기로 체온 조절이 어렵고 감기에 걸리기 쉬운 시기이다. 한낮엔 가벼운 옷차림을 하더라도 아침, 저녁으로 얇은 외투를 챙겨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벼농사를 주로 짓던 우리 조상들은 이 절기를 모내기 시작의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 무렵은 ‘보릿고개’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요즘은 비닐하우스 등에서 볏모를 기르므로 모내기철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또한 소만 무렵 가뭄이 들기도 해 예로부터 이 시기를 대비해 물을 가둬 두고 모내기 준비를 했으며, 지난해 가을에 심은 보리를 베고, 또 웃자란 잡초를 제거하느라 밭매기에 바빴다.

소만에는 봉숭아물을 손톱에 들이면 귀신을 물리친다는 풍속이 있다. 또한 첫눈이 내릴 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있어 지금까지도 첫사랑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봉숭 아물들이기를 즐겨하고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소만부터 망종까지의 시기를 5일씩 ‘3후’로 나워 초후에는 씀바귀가 고개를 내밀고, 중후에는 냉이가 누렇게 마르며, 말후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 그래서 초후를 전후해 즐겨 먹는 냉잇국도 늦봄 내지는 초여름의 계절음식으로 예부터 유명하다. 보리는 말후를 중심으로 익어 밀과 더불어 여름철 주식을 대표한다.

소만은 천지 만물이 싹을 틔워 온 세상을 풍요롭게 채우는 시기로 온갖 작은(小) 것들이 자라나서 세상을 가득(滿) 채우는 의미가 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기도 하다. 모든 부부들이 작은(小) 것에 만족(滿)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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