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 전대통령, 엇갈린 운명의 날

盧추도식, 文대통령·여권 총집결 ‘축제의 장’

朴, 뇌물혐의 첫 재판…수갑찬 채 호송차 내려
 

정면만 보는 박근혜-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해 최순실씨와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뉴시스

‘5·9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2주만인 23일은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린 하루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김해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장을 찾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데 이어 뇌물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린 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피고인 신세로 전락했다.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랐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김해 봉하마을의 8주기 추도식장에 총집결했다.

집권여당으로 거듭난 민주당의 화려한 부활을 확인하는 장이자 문 대통령의 ‘당선신고식’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국당의 표정은 침통함 그 자체다.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명예 퇴진한 데다 첫 재판을 받으면서 침울한 분위기다.

한국당은 봉하마을 추도식에 당 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보냈고, 당 차원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해서도 다른 당과 달리 공식 논평 없이 침묵했고, 친박계 의원들도 법원이나 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 탄핵당해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우리 헌정의 불행이고 재현되지 않아야 할 비극이다. 재판만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오늘은 대통령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대통령을 감격 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영광의 8주기. 박근혜 대통령은 치욕의 법정에 선다”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한다”고 촌평했다.

서울/장여진 기자 jyj@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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