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장애 인사청문회, 적정하고 타당한가?

결정 장애 인사청문회, 적정하고 타당한가?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오늘과는 다른 내일 아침, 햇살은 더 눈부시리라. 6월 10일은 6·10항쟁 기념일이고 5·10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1일째이다. 아직도 새 정부의 내각이 조각되지 않았다고 치근대기에는 그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일방통행이 아닌 다자간 소통에는 진득한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지난 5월 19일 <남도시론>에서 필자는 5·18을 기해서 100일간 햇살기도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경제학 원론은 말한다. 가격은 총가치가 결정하지 않고 한계가치가 결정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역설이 바로 ‘물과 다이아몬드 역설’이다. 인간에게 유익한 총가치로 보면, 다이아몬드가 물을 따라가지 못한다. 인간은 다이아몬드가 없어도 생존 가능하지만 물 없이는 생존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다이아몬드는 물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된다. 추가되는 한 단위의 한계가치는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그만큼 커서이다. ‘물과 다이아몬드 역설’은 총계 개념으로 경제현실을 진단하면 엉뚱한 처방전이 발행되니까 한계 개념으로 생각해서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상사와 인물을 아우르는 사물을 경제 측면에서 볼 때는 한계사고(marginal thinking)가 유용하다. 시장에서 가격은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점에서 결정된다. 독점시장에서 가격은 독점력이 작용하여 한계비용보다 높은 수준에서 설정된다.

현재 절대다수를 점한 거대 정당은 없다. 원내교섭단체를 둔 정당은 4개, 즉 비교적 큰 규모의 정당 2개와 중규모의 정당 2개이고, 거기에 소수당인 정의당이 포진한 지형이다. 정치라는 서비스의 시장에서 독점 지배력을 행사할 정당은 없다. 국민은 정치 서비스의 수요자이고, 각 정당은 정치 서비스의 공급자이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국무총리, 공정거래위원장, 헌법재판소장, 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정당이 국민에게 공급하는 정치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아무리 당리당략에 눈이 뒤집힌 정당이라 하더라도 대의 명분상 청문회를 통해서 국민이 누릴 예상이익과 부담할 예상비용이 각각 무엇인지 관찰할 거다. 예상이익은 청문 대상자가 전문성, 책무성, 정책실행능력 등을 갖춘 적재(適材)인지, 임명될 자리가 적소(適所)인지 등을 검증하여 적시(適時)에 적재를 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개혁의 급박성을 느끼는 국민에게서 신뢰를 받음 등이다. 이런 점이 인사청문회 서비스의 목적에 부합하는 타당성이다.

검증하는 시간이 길면, 결국에 적재를 찾아낼망정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통상적인 국정 수행조차도 지체되기에 국정개혁은 일장춘몽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국민에게는 밀물로 올 거다. 그러잖아도 아직은 탄탄하지 못한 개혁의 진지는 벌거벗은 채 황량한 들판에서 북풍한설을 맞아야 하고, 이미 자기들도 일부는 자신을 수구라고 인정하는 세력은 진지를 더 강화할 시간을 벌게 된다.

2차원 평면의 세로축을 청문회 서비스의 이익과 비용으로, 가로축을 청문회 서비스량으로 보면, 주어진 시점에서 청문회 서비스의 한계이익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은 각각 우하향과 우상향을 나타낸다. 한계원리에 따라 두 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청문회 서비스의 적정수준인 균형량과 균형 이익·비용이 결정된다. 국민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일정기간에 청문회가 마무리되지 않고 여러 날이 떠나가도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청문회 서비스의 비용은 증가하여 한계비용곡선은 원점으로부터 더 멀리 밖으로 이동한 반면에 청문회 서비스의 이익은 감소하여 한계이익곡선은 원점 방향으로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누리는 청문회 서비스의 균형량과 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지난 6일 ‘김상조를 아끼는 사회 각계인사 498명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성명은 말한다. “공정거래위원장에 관한 인사 검증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는 순수한 충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498명 중에 후학들이 존경하는 고령의 원로 경제학자와 중견 경제학자가 다수인 점은 청문회 서비스의 적정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문의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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