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코스타리카의 지속가능 발전 현장을 다녀와서

쿠바와 코스타리카의 지속가능 발전 현장을 다녀와서

<전동평 전남 영암군수>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8일까지 9박11일간의 일정으로 도시·유기농업을 통해 식량ㆍ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세계자연보호기금(WWF)으로부터 지구상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조건을 충족시키는 최적의 나라로 꼽히는 쿠바와, 전 세계 국가들 중 유일하게 2011년 UN 환경 지속성 평가 기준을 모두 합격하며 영국 신경제재단 행복지수 조사 결과 2009년과 2011년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지속가능 관광의 모태인 코스타리카를 다녀왔다.

세계적으로 자연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그에 기초한 ‘친환경 유기농업’이 발달하고 전 국민을 아우르는 의료·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을 펼치는 두 개국 연수를 통해 ‘생명산업 육성’과 ‘풍요로운 복지영암 건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함이었다.

쿠바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도서 국가로 면적은 한반도의 절반 정도인 11만860㎢이다. 카리브 도서 국가 중 최대 크기이며 인구는 약 1천124만명, 수도는 아바나이다. 알려진 대로 1959년 혁명 이후 산업체 및 재산을 국유화하고 현재까지 사회주의에 입각한 중앙계획, 국가통제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먼저 농업부문을 살펴보면 크게 도시농업과 근교(외곽)농업, 국영농장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이중 국영 농장은 관행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장 눈에 띈 점은 1993년 설립된 ‘알라마르 협동조합’이었다. 알라마르 지역 사회의 유기 농산물과 약용 식물을 생산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하였으며 초기 5명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120명 조합원이 가지, 오이, 토마토, 양배추 등 20가지 종류의 친환경 채소를 연간 300톤 이상 생산하고 있다.

알라마르는 쿠바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서 쌀, 콩 및 고기로 구성된 단순한 식단에서 벗어나 더 많은 청과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조합 내 모든 직원이 생산 및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는 혁신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알라마르 협동조합의 성공요인은 지역 학교와 함께 조합원에게 야채 재배와 토질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얻도록 하며, 건강에 좋은 식습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유기농 및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있다.

또한 토지별 특성을 잘 파악하여 국가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도움과 알라마르의 독자적인 노력을 통해서 토지 질을 개선하고 그에 맞는 퇴비나 농법을 끊임없이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한 요인이다.

중미 남부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면적 5만1천100㎢, 인구 487만명, 수도 산호세)의 열대농업연구교육센터(이하 CATIE)의 역할도 인상 깊었다.

1942년에 설립된 CATIE 국립 교육센터는 라틴아메리카의 지속가능한 농업 관리 및 천연자원 전문 연구기관으로 이 기관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농업에 대한 연구이자 자연을 보호하는 일로서, 이 곳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작업들이 지역 거주자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둘째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거주자 및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발굴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으로 박사 및 석사 학위과정의 교육을 제공하여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업인들에게도 배운 것을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미래를 생각해볼 때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어, 이곳에서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작물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즉 병과 기후변화에 맞서 강한 생존력을 가진 품종 개발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자연 그대로를 관찰할 수 있는 유기농 농장운영으로 관광 및 농업의 지속가능발전을 동시에 이룬 점이다. PRB(Pinca Rosa Blanca) 커피농장이 대표적인데 코스타리카 지속가능관광 인증 최고 등급(5green leaves)을 받은 곳으로 자국 내에서도 2%만 존재하는 유기농 커피 농장이다.

복지정책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의식주 제공 △시민의 권리로서 의료·교육 보장 △공정하고 통합된 사회를 목표로 한 사회보장 정책 등을 적극 추진하였다. 정책 중에서 무상 의료 및 교육 시스템 구축은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우리처럼 인구 고령화로 인한 질병(암이나 심장병 등)이 증가하는 가운데 병원만이 아니라 다른 복지체계와 연계해서 대응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의료시스템 자체가 영리추구보단 공중보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점은 사회주의 체제아래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교육과정에서 환자를 돈 버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간적인 의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 하며 국민 모두를 동일선상에서 보는 복지정책은 군민 모두가 행복한 풍요로운 복지영암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쿠바와 코스타리카의 복지정책 핵심은 의료 및 교육서비스의 전 국민 무료화이다. 사회주의 형태의 두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지만 저출산 및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국가 위기상황에 봉착한 우리나라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중앙 및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 교육비 인하와 의료혜택 확대 등 복지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사회보장제도의 실질적인 정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농업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친환경 유기농업 발전과 정착을 위한 연구 및 지원이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농작물 연작피해 예방 연구와 지력(地力)을 높이기 위해 볏짚 등 농산 부산물을 다시 땅으로 돌려주는 정책도 과감히 펼쳐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광분야는 코스타리카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환경 보존을 지속가능한 관광개발로 여기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업과 자연을 연계한 생태관광 개발속에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해 나갈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행복한 삶을 국민들에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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