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도시

<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도시는 지금 한창 열판이다. 한낮의 거리는 구름 낀 하늘임에도 습한 더위로 가득 차 있다. 상가가 즐비한 좁은 도로의 양쪽에서 내뿜는 에어컨의 뜨거운 열기는 지나는 사람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도심의 상점이 손님을 모시기 위해 적지 않은 전기를 소모하면서 더운 열을 밖으로 열심히 퍼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이 도심을 배회한다. 그래서 도시는 외곽지역에 비해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열섬(Heat Island)’ 현상이라고 한다. 기온이 같은 지역을 연결해 보면 도시지역을 덮고 있는 열덩어리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도시에 열섬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도시를 가득 채운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것들은 열 흡수율이 높아 뜨거운 태양열을 흡수하여 다시 대기 중으로 열을 방출하면서 주위 온도를 높인다. 이 열기는 밤까지 이어져 새벽에도 기온이 25℃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동차, 에어컨 실외기, 조명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열도 도시의 온도를 높이는데 일조를 한다. 특히 에어컨은 실외기를 통해 열을 외부로 배출함으로써 여름철 도시열섬을 심화시키는데 한 몫 한다. 이외에도 바람의 통로를 막는 높은 건물과 자동차 배기가스,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도 열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면서 열섬현상은 도시 대기의 대표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는 온도 1℃ 낮추기 운동을 통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실생활에서도 도로에 물을 뿌리거나 지붕을 하얗게 칠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열섬 해소를 위해서는 도심 속 녹지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무와 식물은 그늘을 만들어 한낮의 기온 상승을 완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집중호우 시 빗물을 저장하여 홍수를 예방하는 등 열섬을 완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자연의 도구이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고 건물 옥상의 공원화 정책을 통해 도시의 더위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지혜를 동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았던 기온과 가장 낮았던 기온의 차이는 70℃가 넘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온도 차이를 견디면서 살아가야 한다. 갈수록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변화의 추세 속에 옥상에 작은 텃밭을 가꾸어 보는 것도 기후변화를 늦춰 달라는 작은 소망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