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산업계의 씨줄과 날줄

광주 산업계의 씨줄과 날줄

<김주완 광주 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광주 산업계의 큰 얼개는 1965년부터 짜여졌다. 서구 내방동 허허벌판에 들어선 ‘아시아자동차’가 시발점이 됐다. 동국제강을 거쳐 기아차로 명맥을 이어 나갔다. 83년도에는 하남산단이 조성됐다. 6백만m²의 땅에 들어선 공장들은 광주 제조업 르네상스를 선도했다. 89년 조성된 첨단 산업단지는 연구개발 기능을 보완했다. 97년 삼성전자 광주공장이 준공됐고 2005년 특화산업으로 광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이 즈음 광주는 GRDP(지역내총생산) 26조원을 달성했다. 자동차와 가전산업이 주도했다. 소비도시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은 어느 정도 극복됐다.

그 정도였다. 산업계의 얼개는 촘촘하지 못했다. 정부지원이 씨줄이라면 내부 노력은 날줄로 비유된다. 두 개의 줄이 튼실해야 성장이 담보되는데 광주는 그렇지 못했다. 먼저 정치적 소외가 걸림돌이 됐다. 정부의 산업투자는 미약했다. 다음으로 내부 노력들이 부족했다. 담론들은 거절당하거나 대경권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여기에 세계화의 여파마저 덮쳤다. 1조원 가까이 투자한 광산업이 중국에 밀렸다. 가전공장은 해외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최대 희망이었던 기아차 광주공장도 생산량이 줄었다. 노사 갈등마저 해마다 반복됐다.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고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방향을 잡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식물은 꽃대를 머금는다 했다. 나는 그 움직임이 2005년에 시작됐다고 본다. 노무현의 참여정부시절이다. 당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최대화두는 한국전력이었다. 대경권 자치단체들이 힘을 앞세워 한전 쟁탈에 나섰다. 그 때 등장한 것이 박광태, 박준형의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다. 두 자치단체장의 선택은 절묘했다. 경쟁자들은 탄식했다. 그리고 감탄했다. 2007년 혁신도시 기공식 때 시·도의 상생정신이 박수를 받았다. 그 도시에 안착한 한전은 이제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에너지밸리를 통해 지역기업 성장을 도울 것이다. 30%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도 도입 중이다. 한전공대는 세계 석학들의 요람이 될 것이다. 그것은 한전 조환익 사장의 의지기도 하다. “지역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조 사장은 지난해 지역산업진흥유공 대통령상을 받았다. 한전사장과 두 단체장은 광주 산업계의 씨줄과 날줄로 역할했다.

이들이 ‘상생’ 전략을 구사했다면 윤장현 광주시장은 ‘읍소’형으로 광주산업 부흥의 계기를 열었다. 현대차 사장이 오면 역까지 마중을 나가 ‘사장 마중 나가는 시장’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앰코, 조이롱차, 마힌드라 사장들에게 편지를 보내 투자 디딤돌을 놨다. 아날로그식 편지행정의 결과를 기대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친환경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3천30억원의 정부투자도 이끌어 냈다. ‘광주형 일자리’를 비롯한 굵은 과제들이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됐다. 기회가 되면 윤 시장의 ‘읍소’ 스토리를 산업체 시각에서 들여다 볼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씨줄과 윤장현의 날줄이 어떻게 직조될지 관심거리다.

읍소는 사실 오랜 구상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동차를 선택한 것이 그렇다. 부품이 2만개나 된다. 산업 파급력과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다. 내년에 완성되는 123만평 빛그린산단에 자동차 부품공장들이 들어설 것이다. 이와 연결된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굴지의 완성차 공장들을 겨냥한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의 진행방향을 주시 중이다. 법적인 조치가 뒤따른다면 과감히 들어올 것이다. 중소기업 연합체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거리 전기차와 스쿠터, 애프터마켓을 위한 부품공장 유치가 완성차 100만대 효과를 상쇄한다. 미래형 차이기에 비전도 있다.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광주다운 패기를 본다. 융합이 새로움을 주는 시대다. 자동차와 에너지가 그 융합의 씨앗들을 뿌릴 것이다.

기아차는 이미 광주의 자존심이 됐다. 그 시작은 흙먼지 속이었다. 아시아자동차의 이름으로 조립된 트럭은 오늘날 세계를 달리는 승용차가 됐다. 지금도 신념과 의혹의 흙먼지는 여전하다. 분명한 것은 자동차와 에너지 신산업들이 새롭게 시작됐다는 것이다. 주어진 씨줄과 날줄을 놓고 어떻게 리듬감을 살려 직조해 낼까? 향후 과정들에 집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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