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도 ‘살충제 계란’…양계농 ‘망연자실’

‘비펜트린’ 기준치 21배 초과 검출

7만8천개 폐기 ·“위생 신경썼는데…”

나주서도 계란 살충제 초과 검출
16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양계시범단지의 한 농가서 진드기 박멸용으로 쓰이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날 양계단지 입구에서 한 농민이 농장을 바라보고 있다. 나주/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여기 농장은 모두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도 병에 안걸리고 위생에 엄청 신경썼는데, 무슨 날벼락인지…농장주들 좀 이해해주세요”

16일 오후 전남 나주시 공산면의 양계시범단지 입구에서 만난 농장 관계자 A(35)씨는 인근 농장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과 관련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살충제 검출 소식이 퍼지고 시범단지 8곳의 산란계 농장 농장주들과 관계자들이 모두 신경이 곤두 선 상태라며 취재진의 양해를 거듭 부탁했다.

나주서도 계란 살충제 초과 검출
16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양계시범단지의 한 농가서 진드기 박멸용으로 쓰이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사진은 양계단지 전경. 나주/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다른 농장 관계자도 “지금 여기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하루 아침에 무슨 일인지 싶다”며 말을 아꼈다.

B농장의 계란 출하를 통제하기 위해 파견된 나주시 공무원도 단지 입구에서 출입시 살균시설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이곳은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특히 농장 관계자들은 혹시 나주의 농장이 모두 비위생·비양심 농가로 낙인 찍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A씨는 “우리 농장은 아니지만 바로 인근 농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내 일처럼 안타깝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나주에서 생산된 계란이 모두 살충제 계란으로 불릴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살충제 제품도 써봤지만 비쌀 뿐더러 약도 잘 들지 않더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주지역 식용란 수집·판매 업체의 계란을 조사한 결과 나주시 공산면 양계시범단지 내 B농장이 생산한 ‘부자특란’에서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된 살충제는 닭 진드기 박멸용으로 쓰이는 비펜트린으로, B농장의 계란에선 기준치(0.01㎎/㎏)의 21배인 0.21㎎/㎏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인증(무항생제)을 취득한 B농장은 8만 마리 사란계 가운데 3만 마리의 닭이 하루 1만8천여개의 계란을 생산해 왔다. 지난 10~14일 광주와 전남 중소형 마트엔 모두 4만2천개의 계란이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 창고에는 모두 3만6천개의 계란이 보관중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 7만8천개는 수거된 뒤 모두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전남도는 당장 B농장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친환경인증을 취소했다. 또 나주시 B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전량 폐기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나주시도 이날 B농장에 담당 공무원을 보내는 등 조만간 폐기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앞으로 2주간 생산되는 계란도 모두 폐기된다.

나주시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체에서 관내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10개 농가의 계란을,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모든 농가의 계란을 수거해 조사했다”면서 “이 조사에서 공산면 양계시범단지 나머지 7곳에서 생산된 계란들은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에서는 모두 97개 농가에서 484만9천 마리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계란 생산량은 280만개로 추산되고 있다.전남서부권취재본부/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나주/전영일 기자 jyi@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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