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 타고 오는 절기 처서(處暑)-

뭉게구름 타고 오는 절기 처서(處暑)

<우종택 목포기상대장>
 

양력으로 8월 23일은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만큼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잡는다고 하는 처서이다.

처서(處暑)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며,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 속에 전국이 폭염과 열대야로 몸살을 앓고, 해가 갈수록 여름 더위는 더해가고 길어지고 있는데,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오는 절기인 처서가 저 멀리만 느껴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옛날 처서에 부인들은 여름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 말리면 ‘포쇄’라 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던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무렵은 김매기도 끝나 ‘호미씻이’를 한 뒤여서 농가에서는 한가한 때였다. 그래서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라는 뜻으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또한 처서의 날씨는 농사의 풍흉에 대한 농부의 관심도 컸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에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하여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맑은 바람과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이는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선인들의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들이다.

‘오풍십우(五風十雨)’라는 말이 있다. 비바람이 적당히 때맞춰 있어 농사가 잘 되게 한다는 뜻으로, 올 한해 농사짓는 농부들의 마음에도 풍년이 드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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