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⑨ 담양 박일주씨>

⑨‘유기농 포도’ 담양 박일주씨

땅심 길러 유기농 포도·와인 생산 ‘강소농’

전남서 첫 유기농 인증…6차산업화 선도 앞장

자신의 유기농법 이웃 농가에 아낌없이 전파

 

박일주(70) 아침이슬포도원 대표는 창의적인 사고와 불굴의 의지로 전남 친환경 농업을 이끌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은 전국 최대 ‘친환경 농산물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했다.

‘농도(農道)’의 위상에 걸맞게 유기농 인증면적이 전국 1위이고, 친환경 농업은 전국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 소외되고 버려진 땅으로 여겨졌던 전남이 기회의 땅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명성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지를 잃지 않고 땅을 일궈온 전남 농업인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에서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는 박일주(70) 아침이슬포도원 대표도 창의적인 사고와 불굴의 의지로 전남 친환경 농업을 이끌고 있다.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의 농업인 박 대표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그런 표현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모두들 농업이 죽었다고, 힘들다고 진저리칠 때 농업의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박 대표. 어쩌면 ‘괴짜’ 소리를 만큼 낙관적인 그는 남들이 낙담할 때 한 발 먼저 도전하고, 포기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농업인이다. 무엇보다 그는 전남을 넘어 전국에서 알아주는 유기농 전문가로 꼽힌다.
 

박일주 대표의 유기농 포도는 값이 일반 포도보다 20%가량 비싸지만 포도를 사려고 농장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줄을 이어 생산한 전량을 직거래로 판다. /전남도 제공

■전남 유일 포도 유기농 인증=중학교도 마치지 않은 학력이지만 박 대표는 무척 슬기롭고 도전적인 농업인이다. 젊어서 도정과 미곡상, 축산업, 건축업 등 다양한 직업으로 ‘재미’ 좀 보던 박 대표는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인 1998년 사업이 어려워지자 ‘한 10년 돈 벌 사업’을 찾다 포도나무를 심었다.

“뭐든 하면 10년은 해야한다”는 소신대로 10년만 하려던 포도농사는 벌써 15년을 넘겼다. 아니 그는 자손대대로 포도농사를 넘겨주기로 다짐했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유기농을 한 건 아니었다.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돼 모든 포도농가들이 다 죽는다고 난리를 칠 때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 포도를 수입할 비행기로 오려면 운송비가 비싸니 배로 올 거고, 긴 시간 배로 오려면 농약을 잔뜩 칠텐데...그래 유기농이다’

그는 곧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열심히 가꾼 포도밭에 병충해가 생길 때면 화학농약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전남대와 순천대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그는 2005년 무농약 인증, 2008년 유기농 인증을 따냈다. 특히 2012년엔 전남도로부터 친환경 유기농 명인 14호로 선정됐다.
 

박일주 대표는 유기농법으로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포도 유기농 인증을 받고, 그 포도로 와인을 생산, 판매해 6차산업화 시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남도 제공

■6차산업화 선도 ‘앞장’=탄탄대로를 달리던 박 대표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유기농 재배로 고급 포도를 생산했지만 가격은 비싸고 홍보가 안 돼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의 번뜩이는 지혜가 빛을 발한다.

2010년 와인제조면허를 따 유기농 포도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 다시 말해 가공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기본적으로 유기농 포도가 일반 포도에 비해 30~40% 비싸고 거기에 가공한 와인은 50~60%까지 더 받을 수 있으니 안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2016년 1㏊(7천933㎡)의 포도농장에서 12t의 포도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3t은 와인으로 생산, 숙성에 들어갔다. 2017년에는 와인 생산량을 6t으로 늘린다. 돈이 되었기 때문이다. 포도농사 10년 만에 그 어렵다는 유기농 인증을 받아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생산하는 그의 포도와 와인은 전국 여러 지역에 마니아가 생겨날 정도로 유명하다.

박 대표는 유기농법으로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포도 유기농 인증을 받고, 그 포도로 와인을 생산, 판매해 6차산업화 시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기농 전도사로 ‘우뚝’=박 대표의 유기농법은 단순하다. 비료 안 치고 농약 없이 수확을 내려면 ‘땅을 살리자’는 입장이다.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그는 성공했다. 단 한줌의 비료나 한 방울의 농약 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 흙 살리기의 비결은 제 때 퇴비주기와 초생재배이다. 토양이 건강하면 병이 안 생긴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는 풀에다 밭에서 나는 포도잎과 줄기까지 섞은 퇴비를 만들어 뿌린다. 일반 포도재배와 달리 바닥에 풀을 심어 그 풀을 제어 다시 퇴비를 마늘어 땅으로 돌려준다. 초생재배는 병충해 방제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땅이 살자 포도나무 잎이 작고 두터워지며 병충해에 강하고 포도알이 잘 익어 맛은 더욱 좋아졌다.

토양 살리기를 위한 그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수도 맑은 물을 공급해야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데 착한, 직접 개발한 정수시설을 포도밭에 설치, 지하수를 정수해 공급하고 있다. 손수 개발한 포도 운반용 궤도차를 포도밭에 설치하고, 이를 주변 농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특허권을 농촌진흥청에 넘겼다고 한다. 창의성과 헌신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포도즙과 와인 등 가공 쪽으로 방향을 돌려 다른 농업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창의적인 사고의 결과가. 2017년부터는 유명한 광명와인동굴에 ‘고서와인’이라는 상표를 단 와인을 납품한다. 새로 만들 숙성실 규모에 맞춰 연한 5천병의 와인을 생산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농업이 절대 어렵거나 힘든 산업이 아니다. 노력과 소비자의 신뢰만 받으면 매우 유망한 산업이다”며 “친환경농업은 특히 유망한데 미래를 생각하며 참고 기다리면 무조건 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이 답이다는 박 대표는 생산량은 욕심부리지 않겠지만 전국 최고의 포도, 대한밈국 최고 품질의 와인생산을 자신한다.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구입 문의는 아침이슬포도원(010-3603-0174)로 하면 된다./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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