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하루도 버티기 힘든 민방공대피소

광주 584곳 지정 운영…일부만 방독면·응급세트 구비

기계실·창고로 사용 중…시민들은 위치도 제대로 몰라

민방공대피소로 지정된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아파트 지하 대피소 입구와 내부 모습. 지하 대피소는 방독면이나 응급처치기구 대신 경비원 휴게시설로 채워져 있다./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아파트 지하 대피소가 경비원 휴게실이나 기계실, 창고 등으로 사용 중이다./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정말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10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아파트 주민 강모(61)씨는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강씨는 “대부분의 주민들 역시 대피요령을 잘 모르고 있을 것 같다”며 “당장 관리사무소 찾아가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6차 핵실험을 하면서 한반도 내 긴장감 고조와 함께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 및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상상황 시 즉시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 존재와 위치를 전혀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안보 불감증’ 을 보여주고 있다.

공습과 핵 전쟁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피소는 대부분 민방위 주민대피시설로 정부와 지자체 청사 등 공공기관 지하층과 지하철역, 지하주차장, 지하차도, 지하보도, 지하상가, 건물 지하층 등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가장 가까운 대피소 위치는 안전처(mpss.go.kr)와 국가재난정보센터(safekorea.go.kr)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안전디딤돌’에서 확인할수 있다. 광주에는 동구 89곳, 서구 98곳, 남구 124곳, 북구 149곳, 광산구 124곳 등 총 584곳이 민방공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다.

지정된 시설에는 대피소 표시판이 부착돼 있다. 또 일부 관공서 대피소와 지하철역 대피소는 방독면이나 응급처치세트 등 구호물품도 비치돼 있다.

하지만 아파트나 민간 건물을 비롯 대부분 공공시설 대피소에는 구호물품을 비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비원 휴게실이나 기계실, 창고 등으로 사용 중인 아파트 대피시설도 있다. 사실상 전쟁이 발발하면 단 하루도 안에서만 버티기는 힘든 상태다.

더구나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1만8천여 곳의 공공용 대피시설은 올 상반기 소방방재청에서 실시한 용역 조사 결과, 조사에 응한 1만4천14곳 중 46%(6456곳)는 핵이나 화생방 공격은 물론이고 재래식 폭탄 공격조차 막지 못하는 열악한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서해5도 접경지역의 경우 대피시설과 물품을 잘 갖추고 있지만 우리지역은 위험성이 높지 않아 구호물품에 있어 의무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방독면의 경우 보관기간 10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데 가격이 보통 4만원~10만원이 훌쩍 넘기도 해 모든 곳에 비치하기에는 예산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11일부터 전국 합동감사 일환으로 대피시설의 표지판과 관리카드, 24시간 개방여부, 접근성 등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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