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광주시 축제예산 공시

행정기관이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 중의 하나가 공정성과 신뢰성이다. 인사와 예산에 있어서 특히 그렇다. 측근인사를 하게 되면 조직이 죽는다.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하게 되면 주민혈세가 쌈짓돈이 되고 만다. 불공정 인사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는 조직 내의 문제로 국한되지만 예산은 그렇지 않다. 지역주민, 더 나아가 전체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광주광역시가 지난해 개최한 행사·축제 예산을 대거 누락한 채 최근 공시한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추락시켰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가 실시한 축제건수는 늘어났는데 반대로 예산은 줄어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시가 예산을 적게 쓰면서도 일은 더 많이 한 것처럼, 정보를 왜곡해 제공한 것이다.

광주시는 지난 달 말 ‘2016년 광주지역 지자체 집행 행사·축제 원가회계정보’를 시 홈페이지에 공시하면서 모두 36건, 79억여 원이 투입된 행사·축제 현황을 누락시켰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사이동 등으로 담당자가 바뀌는 시기에 자료취합이 이뤄져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하고 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정책집행과 사후평가는 실무부서 담당자와 계장(팀장), 과장의 책임과 지도아래 이뤄진다. 담당자가 바뀌어 축제예산집행내역이 누락됐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업무관리의 허술함과 감독부재를 인정한 꼴이다. 주민혈세가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고, 사후관리도 되질 않고 있으니 업자들 사이에서 “예산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홈페이지에 행사·축제 원가회계정보를 공개토록 한 것은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면 예산집행의 적정성을 시민들이 따져보기에 사업집행과 예산책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처럼 축제관련 정보를 아예 누락시켜버리면 하나마나한 행사·축제 정보 공개다.

차제에 검토해 봐야할 것은 연간 180여억 원에 달하는 축제예산이 광주의 문화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어떤 문화공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축제예산 대부분이 광주문화계의 얼굴마담과 그 추종자들, 그리고 기획사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겉도는 일들을 그만 좀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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