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축산인 울리는 김영란법 개정 시급

추석 대목인데도 농수축산가의 표정이 어둡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판로가 끊기고 매출이 반 토막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를 끊는다는 취지와는 달리 상당수 국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적용범위와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개정의 필요성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 부처들도 동의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은 이번 추석 전에 김영란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극심한 반대 때문에 결국 추석 전 개정은 힘들어졌다.

국민의 권익신장과 보호를 위해 설치된 국민권익위가 역설적이게도 국민들의 권익을 제한하고 피해를 주는 기관이 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잣대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이를 지킬 것을 강요하고 있어서이다. 사회통념상 공무원이라고 볼 수 없는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키고 법 적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해 ‘과도한 입법’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김영란법은 농수축산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않았다. 또 접대를 부정부패의 시작으로만 간주하고 주위사람들을 대접한다는 미덕으로 보지 않았다. 그 바람에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억지기준을 제시해 결국은 ‘지켜지지 않는 법’으로 전락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김영란법은 시행 1년 만에 ‘반토막이 된 법’이 됐다.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이유로 농어촌 경제를 힘들게 하고 국민들에게 편법을 이용해 법을 어겼다는 죄책감을 안겨준 김영란법은 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 ‘국회의원 등이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 현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한’ 조항도 배제하는 것이 옳다. 국회의원들에게 면책의 통로를 마련해준 것은 법제정취지나 국민정서에도 어긋난다.

법 제정 취지가 약화되거나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큰 법은 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김영란법 개정은 내년 2월 설 이전까지는 이뤄져야 한다. 시행령 개정이 어렵다면 우선 행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가액 기준을 식사 5만 원, 선물 10만 원, 경조사비 5만 원으로 조정해야 한다. 농어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법은 빼내거나 손질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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