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적 시도가 아닌 ‘재조산하(再造山河)와 징비(懲毖)의 정신으로’

퇴행적 시도가 아닌 ‘재조산하(再造山河)와 징비(懲毖)의 정신으로’

<박상신 소설가>
 

추석을 앞둔 지난달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국민 추석 인사를 통해 슬쩍 민생경제와 안보문제인 북핵 문제를 방패 삼아 얄팍한 사족을 달고 말았다. 그의 글에서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자기변명의 심경을 피력했다. 그리고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자신에 대한 정치보복이란 차원의 ‘사태(事態)’로 규정지으며 자신의 불법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궤변(詭辯)을 늘어놓았다. 마치 5·18광주민주항쟁을 전두환 군사정권이 광주의 사태(事態)로 규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섬뜩, 과거의 망령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합니다”라고 국민을 얕잡은 것도 모자라 겁박처럼 들리는 것은 어떤 의미란 말인가. 추석인사를 통해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은근슬쩍 밝힌 것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차원을 넘어 현 정부의 적폐청산작업을 향해 어깃장을 놓은 느낌이었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국가의 원로가 불법과 합법의 구별도, 불법행위와 정치보복도, 분별치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무소불위의 권좌를 맛본 탓에 생떼를 쓰는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주의를 배운 초등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일 것이다. 어이없는 일이다. 만약 그가 떳떳하다면 지금이라도 한줌의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의미심장한 얘길 털어놓으려는 듯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는 말에는 왠지 앞뒤가 맞지 않으며 무슨 변명으로 일관할지 그 의도가 석연치 않아 보였다.

요즘 연일 방송과 신문 지면엔 이명박 정부의 국가기관이 저지른 불법행위의 정황과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커져 태산을 이룰 정도다. 그들의 악행은 마치 국가기관을 사기업의 계열사처럼 불법행위로 얼룩져 민주의 근간을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그 불법행위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적폐로 남아 있었다.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 요시찰 인물의 불법사찰, 국군기무사의 불법 댓글부대 운용, 국정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노벨상 취소 청원을 모의한 의혹, 국정원의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또는 십만 명의 박근혜 알리기 유세단) 지원 의혹 등 매일 그들이 저지른 불법과 의혹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또 어떤 큰일이 일어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마치 범죄 집단이 불법을 저지르고 정치보복이라 생떼를 쓰는 모양새이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정치보복은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취소 청원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의 정치공작도 정치보복이란 말인가. 되묻고 싶다. 이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천인공노할 일이며 민족의 반역자들이나 할 일이다”고 개탄스러워했을 뿐 아니라 집권여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와 국정원은 일종의 반역행위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려 한 것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에 이명박 정권과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한나라당)은 정치보복이라 일갈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정황증거들이 속속들이 사실로 밝혀지자 난관에 봉착한 것인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일들에 대해 우기듯 적폐청산이라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그들의 눈에는 상식도, 민주주의도, 헌법도, 국민도, 발아래 짓눌린 잡초처럼 여겨진단 말인가. 이번 추석 연휴에도 국민들은 우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을의 단풍처럼 희망은 찾아오고 있었다. 지난 6일 안동 하회마을을 깜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재조산하(再造山河)와 징비(懲毖)의 정신을 되새깁니다”라는 글귀를 방명록에 아로새겼다. 그는 선조들이 행한 재조산하(再造山河)와 징비의 정신으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이는 과거의 적폐를 묵인하고 용서한다면 민족의 진정한 미래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생경제와 북핵의 안보문제를 내세우며 정치보복이라 내세우며 적폐를 덮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술수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비리 의혹도 아직 끄집어내지 않았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과거 저지른 적폐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지금이라도 사죄함이 어떤지를….

역사는 그날의 잘못을 기억하고 진실을 기록한다는 것을…. 그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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