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력에 끌려 다니면 안 된다

美 통상압력에 끌려 다니면 안 된다

<김영선 칼럼니스트>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북핵문제로 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통상압력마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구로 인한 사드배치로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고 한국 기업의 철수, 관광수입 급감 등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북한의 핵 도발로 대한민국의 입지가 좁아진 틈을 타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전략’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워 ‘한미FTA 폐기’ 운운하다가 개정을 밀어 붙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강대국들의 약육강식의 냉혹한 민낯을 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국이 과연 우리의 우방인지 의심스럽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무튼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려 타깃이 돼 버린 우리나라는 재협상 테이블이라는 가시방석에 앉게 됐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며 거센 도전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 다급한 처지가 됐다.

광주·전남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미국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한 자동차와 철강 분야는 물론 관세 즉시철폐를 요구하는 농축산물 품목의 피해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내년 초부터 시작될 개정협상에서 무관세인 미국수출 자동차의 관세가 부활할 경우 광주 제조업의 30%를 차지하는 기아자동차(지난해 수출물량 38만4천720대)와 협력사들의 수출용 국산차의 경쟁력이 떨어져 연쇄피해가 우려된다.

광양제철소의 자동차강판(연간 판매량은 900만t) 수출도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와 해외매출 비중이 4대6으로, 전 세계 자동차 10대중 1대는 포스코 강판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에 비춰볼 때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우위에 있는 품목이 많은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쇠고기와 쌀을 비롯해 마늘, 배, 닭 등은 전남의 주력 품목이어서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 농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의 압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언급하며 위협카드로 내민 ‘한미FTA 폐기’가 과연 양국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냉철하게 맞서야 한다. 아울러 한미 윈-윈 전략을 외면한 FTA철회나 개정은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일자리 수 십만개를 잃는 등 자국의 경제적 손실만 더 키운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원인이 본질적으로 거시경제적인데 있으며 한미FTA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과 북핵문제라는 약점 때문에 미국의 통상압력에 끌려 들어간 면이 있지만, 여야를 떠나 정쟁보다는 국익 우선주의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여론이다.

협상에 임해서는 미국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최근 김현종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에 ‘한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갖고 오면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미국을 설득하되 무리한 요구를 해 오면 협상파기까지 염두에 둔 벼랑 끝 전술로 맞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지식재산권과 여행서비스 등 점점 커지는 대미서비스 수지적자와 미 농수산물 수입관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개선 등에 대한 공세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통상관료들의 정보독점 등 밀실주의를 배제하고 투명하게 협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거나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의 해당 업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동차, 철강, 농축산업 등 산업분야별 영향분석에 따른 실질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FTA로 누적된 타격을 입은 농축산업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켜내야 한다.

이제 한미FTA 개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삼성·LG전자의 세탁기 등 품목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발동 검토 등을 필두로 거센 통상압력이 시작됐다. 정부, 정치권, 국민들이 온 힘을 모아 국론을 통일하고 위기의 파도를 넘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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