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를 사는 지혜

4차산업혁명시대를 사는 지혜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아들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하자는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한때는 국내 굴지의 S그룹 계열사 임원을 역임한 지인이 얼마 전 만났을 때 하던 말이다. 20대의 아들이 있는데 가족 여행 중 목적지로 가는 코스와 소요 시간 등으로 자주 논쟁을 하였다고 한다. 대개의 경우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코스이기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진행하였는데 예상과 많이 빗나가서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들이 하자는대로 맡겼더니 모든 것이 차질없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적용했던 것이지만 아들은 관련 모바일 앱을 활용하여 여행지에 대한 최신 정보와 실시간 도로상황 등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은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구시대 유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비단 이 지인만의 일은 아니고 많은 중장년들이 요즘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과거에는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1~2년 사이에도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내세우며 젊은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젊은이들은 속으로 ‘꼰대’라고 하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이제는 나이와 경험이 벼슬이 아니고 검색능력이 벼슬이라고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요즘 광주광역시가 ‘4차산업혁명 선도 도시’를 향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 특히 12명의 국내 최고의 석학들을 초청하여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까지 10강좌를 마치고 이제 금주 수요일과 금요일 2강좌를 남겨두고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한 강좌 한 강좌가 신선한 충격이고 도전이었다. 많은 깨달음이 있었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4차산업혁명은 융복합의 산물이다.

4차산업혁명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등이 각각의 분야별로 수년 전 또는 수십년 전부터 진전을 해왔었는데 그것들이 최근 융복합이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이며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또한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 문화와 기술, 인간과 기계 등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교차점을 찾은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 있어서 기술적으로 앞서 간다고 하더라도 자기 기술에 취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한다면 조만간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휴매니티에 주목해야 한다.

휴매니티는 인간다움이라는 뜻으로서 인간적인 욕구와 욕망들을 말한다. 혁명과도 같은 혁신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고, 특별히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서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휴매니티를 반영한 것이다. 유니콘 기업의 대명사인 ‘우버’도 시작은 단순했다. 겨울에 프랑스로 출장간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택시가 안잡혀 영하의 추위에 떨며 발 동동 구르다가 ‘휴대전화 버튼만 누르면 내 앞으로 택시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아무리 많은 기술이 있더라도 사람들 마음 속의 휴매니티를 느끼고 발견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셋째, 수평적 분권형 조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중앙집권적 피라미드형 조직에서는 수직적 지배와 통제로 인해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승패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다보니 충성심경쟁을 통해 호위무사와 십상시만 배출함으로써 직무에 대한 성과책임이 결여되는 한편 승진할수록 무능해지고 부정부패의 먹이사슬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조직구조로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대할 수가 없어서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생존할 수가 없다.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능력에 부합하는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배려와 상생을 통해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평적 분권형 조직 운영을 해야 한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식보다 지혜의 중요성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지식은 경쟁력이 아니다. 인터넷 시대의 지식은 누구나 똑같다. 같은 데이터, 같은 사고, 같은 방식의 표현 그 자체가 남이 만들어 놓은 결과를 복제하는 것일 뿐이다. 더욱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봤듯이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서 인공지능시스템을 자동으로 개발하는 단계까지도 와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만 파악하는 것인 지식 측면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비교우위에 있고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해가고 있다. 그나마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비교우위에 있으려면 그 사물의 이면에 담긴 것들을 꿰뚫어 보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지혜로워야 한다. 지식은 경험이라는 침전물이 있어야 지혜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에다 4차산업혁명에 관한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이 더해진다면 보다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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