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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 소설가의 남도일보 '남도시론'국회의원,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감이고 질의인가

국회의원,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감이고 질의인가

<박상신 소설가>
 

박상신 소설가
 

이 모든 현실이 꿈이길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연일 터져 나오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비리 정황과 증거는 마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현실 속에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부정부패가 산과 같아서 국민들은 “이게 나라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로 위안 아닌 위안을 삼는 게 사실이다.

이제 그 의혹이 거대한 실체를 드러내며 수면 위로 떠올라 베일을 벗고 있다. 아픔이 있더라도 그 부정부패는 청산하면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국민을 깊은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는 것들이 있다. 소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질의수준과 자질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그들은 누구를 위한 국회이고, 국회의원이란 말인가. 참으로 한심하고 개탄스러울 지경이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비례대표인 전희경 의원은 작심한 듯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참모들을 향해 “주사파(주체사상파)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장악한 청와대…, 그들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당시 전대협 행동강령의 내용을 발췌한 후, 통진당 해산 사유에 빗대고는 또다시 케케묵은 ‘색깔론’ 공세를 들고 나왔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구시대적 작태를 보인 것이다.

40대 초반 전희경 의원은 젊고 패기 넘치는 정치신인으로 자유한국당 초선의원이다. 그런데도 그녀의 주사파 발언을 되짚어보면 국민이 뽑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에 동조하는 좌익용공이라고 폄하하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그 무책임한 발언은 예전 불리할 때면 어김없이 유령처럼 등장하는 ‘북풍(北風)’의 공작처럼 중요 이슈를 덮어버리려 하는 이상한 뉘앙스를 풍긴다. 전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그녀는 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헌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이율배반적인 언사’인 것이다.

그녀가 발언한 그 지긋지긋한 색깔론의 역사는 광복 이후, 줄곧 국민들을 탄압하고, 억압하고, 불리하면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마술 단지 같은 흑역사를 톡톡히 써내려 온 게 사실이다. 21세기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열망을 무시한 채 전 의원이 국감장에서 보여준 수준 이하의 정치공세와 색깔론은 촛불 시민혁명을 이뤄낸 국민의 지적 수준을 깡그리 무시한 행동이며 마치 구시대적 작태를 드러내는 말로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에 임종석 비서실장은 강한 유감의 뜻을 내비침과 동시에 “5공화국과 6공화국 때 정치군인들이 광주를 짓밟고 유린할 때 제가 의원님께서 어떻게 사셨는지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라는 짧은 소회를 밝히며 다소 언짢은 태도로 맞받아쳤다.

75년생인 전희경 의원, 그 당시 그녀는 초등교육을 받던 학생이었을 게다. 그런 그녀가 5·6공의 군사정권에 광주의 시민들이 무참히 짓밟혔을 때 무엇을 했으며, 민주화를 위해 어떻게 살아왔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그 시절, 서슬 퍼런 총칼 앞에 지금 청와대의 참모들, 그리고 수많은 민주투사가 피를 흘렸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투쟁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실행되었을까? 또 국회의원이란 신분으로 그녀가 국감에서 질의를 이어가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녀는 그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또한 당의 눈치 보기 아바타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의 아바타가 되길 바랄 뿐이다. 하물며 그녀의 돌출된 행동과 발언을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면 성장기 교육과정에서 잘못 습득한 절름발이식 반공(反共)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문득 이 가을날, 그녀의 색깔론 공세는 왠지 국민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역사를 보라. 그리고 그 수레바퀴를 백여 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1919년 11월 9일, 그날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김원봉 단장을 위시한 13인의 독립투사는 죽기를 각오하고 의열단을 조직했으며 일제에 결사 항전을 다짐하던 역사적인 날이다. 그들의 행동은 그 이후로도 의로웠다.

이 가을날, 국회의사당 거리엔 노란 은행잎이 흩날릴 것이다. 과거의 그 날, 의열단이 모인 그곳도, 무수한 은행잎이 그들의 정의로운 행동에 찬사를 보내는 듯 흩날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하늘아래, 누가 일러준 것도 아닌, 황량한 만주벌판에서 오직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하였다. 지금 이 순간, 진흙탕 개 싸움하는 듯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비친 국회를 바라본다면 그들은 뭐라 말 하겠는가….

국회의원들에게 바란다. 권력이란 연기와 같은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면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지만, 뿌리만 바라본다면 쉽게 얻을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 뿌리의 근간은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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