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은 산재 실습? 3D 기피 경향 촉진?

현장실습은 산재 실습? 3D 기피 경향 촉진?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중대재해 뉴스가 빈번하다. 지난 11월 19일 제주 한 음료업체에서 현장실습 도중에 숨진 이민호 군 이외에도 네 건의 손·발가락 절단 사고를 현장실습 고교생이 당했다. 이렇다면, ‘현장실습’은 ‘산재 실습’이 아닌가? 이 같은 참담한 현실을 보고서, 어느 부모가 자식을 생산현장에 보내려고 하고, 어느 청년 학생이 감히 생산현장에 가서 기술을 배우겠다는 용기를 내겠는가?

이 군이 하늘에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삼가 빈다. 그의 부모님에게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가슴을 후벼 파고 사무치는 아픔을 그저 공감할 뿐이다.

전남의 특성화고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에서 봤다. 목포의 어느 특성화고 3학년 박 아무개 군은 보일러 관련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오른발 엄지와 검지가 절단됐다. 또 목포의 어떤 특성화 3학년 황 아무개 군도 서비스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오른발 발가락 4개가 골절돼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동안 전남의 특성화고 성과가 좋다고 알려진 이면에는 현장실습 중 사고가 적지 않았음이 드러난 셈이다. 지역 교육정책 당국자의 성찰을 요구하는 현장의 아우성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2015년 학교 본부에서 잠깐 일할 때, 유니텍(Uni-Tech) 사업을 추진했다. 유니텍 사업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학 통합교육 육성사업’이다. 당시에, 2015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16개 전문대학 사업단이 각 20억 원씩, 총 320억의 국고 지원금을 받고 고교-전문대학-기업이 연계된 5년 통합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됐다. 취업보장형 사업이고, 입학자원도 확보하고 국고 20억 원을 지원받으니, 전문대학 당국자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전남 서남권의 어느 특성화고, 조선업종 원청기업, 목포과학대가 연계하여 유니텍 사업을 추진했으나 마지막 한 삽이 부족했다. 특성화고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도 교육청의 정책기조와 유니텍 사업의 취지가 잘 부합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때 고민했다. 학생이 기업에서 실습하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노동자로서 제대로 보호받는 장치는 잘 갖춰졌는가? 설사 사용자와 학습 근로계약을 맺고 노무를 제공함과 동시에 교육훈련을 받는 ‘학습근로자’라는 신분이 부여된다 하더라도 크고 작은 각종 사고에 대해서 사용자가 산업재보상보험법을 준수하면서 제대로 대응해줄까? 사용자가 사고를 은폐하지는 않을까? 선량한 사용자가 사고를 산업재해로 처리하고자 해도 산업재해로 바로 인정될까? 업무상 질병이나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해서 고통받는 사례를 익히 알기에 더 의문이 많았다.

잠재 청년노동자가 3D 직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느니, 현장에서 일할 만한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느니 하면서 애정이 찌든(?) 비판이나 하소연을 하는 일부 사용자나 먹물에게 묻고 싶다. 10대의 혈기방장한 고교생이 재학 중 현장실습을 하다가 천국 유학을 떠나야 하고, 손가락이 잘리고, 발가락이 골절되는 현실을 보고도 비판을 계속할 양이면, 업무상 재해 발생의 책임자를 노동력 파괴를 조장하는 중범죄인으로 다스리자는 입법청원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업무상 재해와 질병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의 하나인 노동력을 직접 파괴한다.

교육 및 고용노동 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아들딸은 사용자로 사는가? 아니면 노동자로 사는가? 십중팔구 노동자로 살 거다. 그렇다면, 점검해보기 바란다. 현장실습 강화에 따라 학교가 노동력 공급 대행자로 변질되었는가? 현장실습을 내보내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의 작업중지권(급박한 위험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을 잘 알도록 했는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기본내용을 알려주었는가?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노동 5권을 아우르는 노동기본권을 가르치는 시간이 도대체 있기나 하는가? 대학교 필수교양과목으로 노동기본권 관련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가? 차제에 ‘기업맞춤형’이라는 전제를 달고 시행되는 각종 교육 및 인력양성 사업, 특히 일·학습병행제 사업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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