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안전점검 동행 취재

화재 발생시 피난 동선 장애 요소 다수 발견

탈출구 앞 야적물 문제 발견

완강기 설치도 개선 요구

불법 의심 건축시설도 확인

광주시, 다중이용시설 대상

내달 13일까지 합동점검 진행



광주광역시 민·관 합동점검단이 29일 오후 동구 계림동 한 요양병원에서 완강기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화재로 68명이 숨지는 등 잇따라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광주광역시가 제2의 제천·밀양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일제점검에 나섰다. 광주시는 밀양 화재 직후 다음달 13일까지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이용자 수가 많아 재난 발생 우려가 있는 시설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안전 점검은 광주시와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 유관기관과 민간전문가들이 참여 한다. 점검 대상은 요양병원과 대형마트, 백화점, 광주송정역 등 다중이용시설 164곳 이상이다. 합동점검반은 건물 구조부 안전상태와 전기·가스·소방 등 주요 설비시설의 관리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29일 오후 1시 20분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요양병원 10층 회의실. 합동점검반과 병원 관계자들이 모여 전기·건축·가스·승강기·소방 등 분야별 서류 점검을 한창 진행중이었다. 전문가들은 각자 담당한 서류를 점검하며 병원 관계자들에게 건축법, 각 시설 점검표 등에서 위법 사안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서류 점검을 끝낸 점검단은 안전모를 착용하고 옥상부터 지하 1층까지 현장 점검에 나섰다. 점검단은 화재 발생시 안전한 탈출로 확보가 가능한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이 병원 유일한 탈출구가 있는 5층 비상문 앞에는 대형기저귀 박스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자칫 화재 발생시 탈출에 장애를 줄 수 있는 요소였다. 점검단은 곧 바로 개선을 요구했다.

탈출구 문을 열고 나가자 야외 공간이 펼쳐졌다. 이 공간에는 별다른 탈출도구가 없었다. 5층 환자를 제외한 다른 층 환자들은 화재시 비상계단이나 완강기를 활용해 탈출해야 한다. 확인 결과 완강기는 3층 이상(5층은 두 개)에 한 개씩 설치돼 있었지만,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있는 요양병원 특성상 사용하기 힘들어 보였다. 이 요양병원은 9층 건물이다.

점검단은 특히 병원 야외 휴게실과 세탁물 창고 등 건축대장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판넬 소재의 작은 건축물을 발견하고 위법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화재 발생시 불법증축 건축물은 피난 동선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옥상과 물탱크에는 전선 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개선을 요구했다.

병원 건물은 대체적으로 화재 예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각층 비상계단 앞에 설치된 비상구 표지판은 녹색 불이 선명하게 들어왔고,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줄 스프링쿨러는 정상적으로 설치돼 있었다. 스프링쿨러의 경우 건축 당시에는 의무 설치 시설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소방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3월 전층에 설치했다. 비상용 발전기 작동 여부와 옥상 변압기(옥외 특고 수전설비) 적외선 온도, 옥상 낙하 방지용 철망 안전성 등도 문제가 없었다.

이날 점검에 나선 정상국 송원대 방재안전토목공학과 교수는 “옥상부터 지하까지 전문가들이 총제적 점검을 실시해보니 전반적으로 안전한 수준이 였다”면서 “하지만 야적물 적치, 전선 관리, 불법 증축으로 의심되는 공간 등 화재발생시 동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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