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표 놀이 ‘고스톱’ 도박일까? 아닐까

장소·시간·직업ㆍ소득 등

상황마다 처벌규정 달라…

무직이면 작은 판돈도 도박

재미로 시작해 중독 가능성도

우리 고유 명절인 ‘설날’은 그동안 바쁜 일상 탓에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친지 등 온 가족이 모여 훈훈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날이다. 설날 아침 설빔을 입고 세배를 하거나 제사와 성묘를 지내고 난 뒤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고스톱이다. 명절을 맞아 모인 가족들은 담요를 깔고 빙 둘러앉아 동전을 꺼내놓고는 저마다 손에 화투패를 들고 ‘점당 100원’ 의 판돈을 건다.

고스톱은 이렇게 심심풀이로 여러 사람이 다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명절놀이다. 그러나 고스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이 돼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명절에 즐기는 고스톱이 오락인지, 도박인지를 구분 짓는 기준은 말 그대로 ‘한 끗’ 차이다.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일시오락’으로 규정하는지 명백하게 정해놓지 않고 있어서 판단이 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법원은 도박한 장소와 시간, 도박한 사람의 직업, 판돈의 규모, 도박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도박죄로 처벌할 도박인지 일시오락인지를 가르고 있다. 결국, 도박죄 성립 여부는 ‘상황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도박의 세 가지 조건은 재물과 우연성 그리고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명절 고스톱의 경우 돈이 걸려 있고, 상당 부분 우연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며 함께 하는 상대방이 있으므로 엄연히 따지면 도박이 맞다. 예를 들어, 판돈이 똑같은 5만원이더라도 수입이 전혀 없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이웃들과 고스톱을 함께 한 경우는 직장인이 형제들과 모여 고스톱을 하게 된 경우에 비하면 훨씬 더 도박죄로 처벌받기 쉽다. 개인의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큰돈을 도박에 걸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제력을 갖춘 직장인의 경우, 고스톱으로 처벌 받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판돈이 2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도박죄’와 별도로 아무리 친지들과 치는 간단한 고스톱이라도 ‘도박 중독’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명절 고스톱 역시 도박의 속성을 갖는 이상, 재미로 시작한 것이 중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스톱은 중독으로 갈 수 있는 도박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친근하고 경계 없이 접하게 되는 엄연한 도박이다.

김영곤 광주도박문제관리센터 팀장은 “나는 아닐 거라고 자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누구나 도박에 중독될 수 있다”며 “재미있게 즐기는 정도로만 절제하고 경계한다면 즐거운 명절을 보내는 데 좋은 놀이다”고 당부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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