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강 장록습지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대

<류영춘 광주광역시 환경정책과장>
 

류영춘 광주광역시 환경정책과장

습지는 오랜 시간 동안 물이 고이고 흐르는 과정이 지속되어 다양한 생물서식환경이 조성되고 균형된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다. UNEP(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육지 표면의 약 6%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디서든 바다와 갯벌, 강과 호수 등 습지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그동안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스럽고 지저분한 곳으로 인식되었고 심지어는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서 농경지 조성, 택지 확보 등을 위하여 매립되는 등 개발압력에 노출되어 우리 주변의 습지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 서식처 역할뿐만 아니라 오염된 물질을 정화시키는 자연환경의 보고이다. 숲이 ‘지구의 허파’라면 습지는 ‘자연의 콩팥’인 것이다. 또한 ‘지붕 없는 생태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어업자원 확보 등의 경제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 또한 홍수조절에 있어서 큰 기능을 발휘하는데, 홍수가 발생하였을 때 토사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하류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추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하천변 습지는 우기나 홍수 때 물을 저장하다가 건기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철에 강우가 집중되는 경우 홍수 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습지는 주변의 기온이 높거나 낮을 경우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하여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주는 기후조절 기능도 한다고 한다. 또한 습지는 수 백만 년 동안 유기물이 축적되는 등 지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40%이상이 저장되어 있는데 습지가 없어지면 그동안 축적된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습지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세계적으로 습지보전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람사(RAMSAR) 협약은 1971년 이란의 람사에서 채택된 ‘특히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을 말하며 동·식물의 서식지 기능과 생물자원의 생산 및 정화기능을 갖춘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7월 101번째로 회원국에 가입했으며 1998년 2월에는 습지보전법을 제정하여 습지를 효율적으로 관리·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시도 습지보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최근 2년간 시 전 지역의 습지생태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습지보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도심 하천습지로서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보존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황룡강 장록습지를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토록 환경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여 최근 정밀조사 대상지에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환경부 국립습지센터로부터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주민 의견수렴 및 관계기관 협의 등 정밀조사를 올 연말까지 실시하고 내년 초쯤이면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고시될 것이다. 장록습지는 황룡강 수계축의 하류부인 광산구 장록동 일대에 위치하여 영산강과 생태적 연결통로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변경관이 매우 우수하고 습지 원형이 잘 보존된 하천형 습지이다.

또한 여울과 소(沼) 등이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어 어류 및 조류 등의 중요 서식지역으로서 생물다양성이 높으며, 멸종위기종 7종, 천연기념물 4종을 비롯하여 다수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습지보호대책이 필요했던 지역이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습지보전방안을 마련하여 각종 야생 동·식물의 보존은 물론 건강한 습지생태계 보전과 함께 생태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다. 그동안 어패류 등 먹거리 제공이나 농업용수 확보 등 생산적 기능과 개발에만 급급했던 습지가 이제는 생태계 보전, 홍수조절, 수질정화, 기후변화 대응 등 여러 측면에서 존재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습지는 온갖 야생생물의 집합소로서 답답한 도시공기와 수질오염물질 정화의 역할과 함께 도심 가까이에 있는 청정 광주의 시민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기대해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