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60>-제5장 정충신의 지략

그러자 권율이 나섰다.

“지금 이곳에까지 와서 서로를 의심하는 것은 군력을 떨어뜨리는 일이오. 어차피 지휘부끼리는 전략을 공유해서 대처해야 하오. 장수들 호상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오.”

위대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맞는 말이오. 우리는 직업군인이 아니라 유생들로서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자 의분을 참지 못하고 일어선 사람들이오. 권위만 앞세우고 일을 그르칠 수가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권율 절제사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오. 나는 본시 이순신 장군 휘하지만 권 장군께 왔으니 철두철미 권 장군의 뜻을 따르겠소.”

공시억이 나섰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치전투의 이치(理致)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분기탱천의 뜻을 새기는 것이오. 왜 이 전투에 왜군이나 우리가 목을 매느냐. 아시다시피 왜장이 대군을 출동시켜 전주성을 함락하려는 것은, 조선을 다 내주어도 전라도를 빼앗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오. 왜 그러겠습니까.”

다른 장수가 받았다.

“그러게 말이오. 왜군은 곽재우, 김면, 정인홍이 이끄는 경상도 의병을 제치고 부산진-한양 축선을 타고 북상하고, 또 해상로를 열어 호남을 공략하려다가 이순신 장군에게 막히자 육로를 뚫어 굳이 전라도를 치기 위해 병사들을 집결시키고 있소. 그것이 고약하단 말이오.”

“그것은 절대적으로 그들의 전략적 자산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오. 병사들을 배불리 먹여야 싸울 힘이 생기고, 제대로 먹이지 못하면 이 전쟁은 패배한다고 보기 때문에 전라도 공략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오. 곡창 호남으로 진출하여 군량미를 조달하려는 저들의 계획을 수포로 만들어야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요. 나라를 건지는 중차대한 일이올시다.”

“왜의 보군(步軍)은 잘 훈련된 싸움 잘하는 세상의 강군이오. 이들은 지금 수만의 병사들이니 숫적으로도 우세하고, 전법에서도 우세하오. 민병대가 주축인 우리로서는 애초에 힘든 싸움이 되는 것 아니겠소?”

“숫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전라도를 지키는 일은 지상명령입니다.” 권승경이 단호히 말하고 이었다. “용맹만 가지고는 안되는 말씀에 동의하는 바이나, 그러니 필승 전법이 있습니다. 저와 정충신 척후사령이 고안해낸 전술입니다.”

“어떤 것이오? 상세하게 말해보시오.”

“백령부대(白領部隊) 운영입니다. 일당백 기습전투력을 발휘하는 전법입니다.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병력을 격퇴하는 침투타격과 기동력을 최우선시한 병법입니다.”

그러자 권율이 정충신에게 지시했다.

“정충신 척후사령이 좀더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라.”

“네. 그러면 제가 말씀 올리겠습니다. 백령부대는 특수 임무요원들로 구성된 부대입니다. 정보 수집과 후방 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임무요원의 활동이지요. 거기엔 위장술과 둔갑술이 포함됩니다. 적정탐지를 위한 민첩한 척후활동입니다. 거기서 얻은 첩보를 제공하면 각 장수들은 소속 휘하 부대와 종적 횡적 접선을 통해 임무를 수행합니다. 각 부대 의병들 중 빠릇빠릇한 젊은 의병 쉰 명을 선발하겠습니다. 이들을 5인 1조로 만들어 10개조를 편성해 운영할 것입니다. 이들이 각자 작전을 펴지만 때로는 의병대와 합세해 합동작전을 펴는데, 두 개 부대가 동원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세 개 부대가 합동작전을 폅니다. 관군부대든 의병부대든 상황병의 첩보를 받아서 그때그때 기민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다행히 밀림이 우거져서 복병전과 기습전을 펴기가 대단히 좋은즉, 기습 속도전으로 나가면 전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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