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고도를 남도의 명품으로 만드는 길

<박성수 광주전남연구원장>
 

얼마 전 연휴 마지막 날 달마고도를 걷고 왔다. 제1회 달마고도걷기축제에 다녀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트레킹 애호가들로 북적이던 축제의 그날, 달마고도를 남도의 명품길로 만들겠다는 미황사의 금강 주지스님과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분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 일본의 구마노고도 못지않은 길로 가꾸겠단다. 노인들도 편하게 걷도록 온갖 정성을 다해 호미, 삽과 괭이로 다듬어 낸 길을 걸으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의미까지 자상하게 알려 주었다.

필자는 그 날 이후 정겹고 아름다운 이 길을 잊을 수가 없었으며, 자고 나면 달마산자락의 정경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래서 혼자만의 잠행을 해보기로 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요즈음 많이들 보이는 혼행족 대열에 합류, 차를 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해방감도 맛보았던 날이었다. 이른 아침인지라 해남까지 달리는 고속버스 승객은 고작 5명, 미황사까지 가는 군내버스는 달랑 나 한사람, 그래서 버스를 통째로 전세 내는 수준급여행을 하고 왔다.

남도의 명품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달마고도. 달마산은 천년고찰인 미황사를 병풍처럼 안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기에 남도의 금강산이라고 불리우며, 남해의 다도해까지 품에 안을 수 있다.

미황사는 우리나라 템플스테이의 명소가 되어 있는지라 파란 눈의 젊은이들이 찾아 와 동양의 정신세계에 몰입하여 수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즈넉한 산사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기에 그야말로 바쁜 삶에 찌든 현대인들의 힐링명소로서 추천할 만한 곳이다.

17㎞가 넘는 둘레길을 걸으려 작정했지만 봄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마지막 구간만 걸었다. 아쉬워서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솔암에 올랐지만, 짙은 안개와 구름으로 한치 앞을 구분 할 수가 없었다. 대신에 두 부부를 만나는 행운을 누려 동행하게 되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산행이 더불어 사는 인생의 묘미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한나절이 되었다.

다만 이렇게 아름다운 달마고도가 휴일인데도 인적이 뜸해 아쉽기 그지없었다. 전국에서 앞 다투어 찾아오는 남도의 명품길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차제에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편의시설의 시급한 확충이 요망된다. 사찰입구에 있는 화장실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지라 첫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한 긴 둘레길을 걷다가 피곤하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과 화장실이 무엇보다도 시급히 겸비되어야 할 것이다. 불편함이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되어야 남녀노소할 것 없이 좋아서 찾아오지 않겠는가.

둘째, 안내 홍보물을 제대로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달마고도 안내 책자는 사찰의 한 켠에 두었는데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잘 보이지 않아서 물어 물어서 발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용을 살펴보니 빈약하여 달랑 지도 한 장일 뿐, 친절한 설명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재미있게 친절하게 곳곳을 안내해 주길 바란다.

셋째, 안내표지판을 늘리고 좀 더 정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4구간을 걷다보면 도솔암까지 200m라고 쓰여진 안내판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400m나 되어 가파른 길을 오르며 모두들 힘들어 했다. 걷다 보니 세 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난감한 상황도 있었다. 좀 더 많은 안내가 필요한 부분도 많았다. 넷째, 대중교통편을 늘려야 한다. 해남터미널에서 미황사까지 하루에 4회밖에 없는 버스편으로는 달마고도를 즐겨 찾을 수 없다. 승용차를 갖고 와야 하는 부담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횟수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완도행 버스를 타고 월송에서 내려 택시에 의존하는 방법은 번거롭고 피곤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고객수요창출을 위해 더 많은 버스가 다닐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

다섯째, SNS 보완이 필요하다. 미황사 홈페이지에서는 어느 곳도 달마고도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렇다고 달마고도를 제대로 알려 주는 별도의 블로그나 카페가 없다. 여행자들이 개별적으로 올려 주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마냥 믿을 수만은 없지 않는가. 사찰 주도로 공신력 있는 정보매체가 만들어지고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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