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겐키노사토를 떠올려 보다

<박정수 전남 목포농업협동조합장>
 

1981년 식생활 개선운동으로 출발한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이 불혹(不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열도에는 약 1만5천개의 직매장이 일본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고, 수많은 성공사례로 국내 로컬푸드 운동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중 겐키노사토는 목포농협 조합장으로서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겐키노사토는 인구 8만 명의 일본 아이타현 지타시 소재 농업테마파크다.

필자가 한국의 겐키노사토를 꿈꾸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한다.

올해는 전북 완주군이 전국 최초로 로컬푸드 운동을 정책으로 도입한지 10년이 된 해이다. 그 사이 2012년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188개(2018년 3월 기준)의 직매장이 들어섰고, 농산물 출하 후 식단에 오르기까지의 물리적, 시간적 거리를 좁힘으로써 우리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우리 목포농협도 지난 3월 10일 로컬푸드 직매장을 정식 오픈하였다. 작년 12월 27일 임시개장으로 목포시민을 만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임시개장이었지만 목포농협 로컬푸드는 116농가에 평균 약 470만원(4월 28일 기준)의 소득향상에 기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조사한 74개 농협 로컬푸드가 농가소득향상에 기여한 매출이 약 1천10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유의미한 성과였다.

요새 우리 농협 로컬푸드 출하 농업인들은 매일같이 통장에 찍히는 매출을 확인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특히 고정적인 판로 확보가 어려운 소규모 농업인들에게 로컬푸드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이처럼 목포시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고, 농업인들 소득향상에 기여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지만 탄생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1997년 목포농산물도매시장에 입사해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현장에서 배운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목포농협 조합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로컬푸드 직매장 설립을 공약에 내세웠을 때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 이유는 목포는 경지면적이 부족하고, 사계절 출하를 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춘 농가가 없어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2015년 3월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에서 당선된 후에도 성공을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했다. 하지만 20여년의 경험에서 목포시 농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안정적인 판로 확보였고, 고사위기에 빠진 목포시 농업인들의 절박함을 희망으로 이끄는 반등의 기회는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는 생각은 바꿀 수 없었다.

매일같이 목포시청을 오가며 농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로 56동의 비닐하우스 설치 지원 및 사계절 출하 가능한 116개 농가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목포농협의 새로운 목표는 한국의 겐키노사토를 만드는 것이다. 겐키노사토는 연간 농산물 매출액만 160억을 넘어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로컬푸드가 중심이 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에 대한 첫 번째 단계로 목포시 석현동 목포IC 출구 구간에 약 1만6천500㎡의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곳을 로컬푸드 직매장을 중심으로 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목포의 랜드마크로 키워볼 생각이다.

이는 목포시민뿐만 아니라 목포를 방문한 관광객까지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제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의 일환이다. 현재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농가의 고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만들어졌다면, 새로이 들어설 로컬푸드 직매장은 출하 농가의 소득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도 로컬푸드 직매장에 방문해 농산물을 포장하는 농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농사짓는 게 재밌다는 이 분들의 얼굴에 한국의 겐키노사토가 떠올려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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