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헌드레드 시대와 장수산업

호모헌드레드 시대와 장수산업

<김성진 호남대 교수>
 

과학기술의 발달로 보통사람들도 100세까지 장수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유엔 추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100세가 넘은 사람은 전 세계 45만 명을 넘는다. 1990년 9만5천명에서 15년 사이에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중 세계 인구는 52억에서 74억으로 40% 남짓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증가 속도다. 유엔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120만, 2050년에는 370만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도 100세 이상의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00세 인구는 1990년 459명에서 2000년 934명, 2010년 1천835명, 2016년 3천486명으로 대략 10년마다 두 배 이상씩 증가해 왔다. 유엔은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가 2030년 1만7천명, 2050년엔 7만5천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 영국 노동연금부가 구축한 기대수명 예측 프로그램에 따르면 2016년에 태어난 아이가 100세까지 살 확률은 여성이 35%, 남성이 28%다. 유엔의 전망보다 기대수명이 몇 배 더 길다. 독일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인구통계연구소 제임스 보펠 소장은 더 과감한 예측을 하고 있다. 최근의 수명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00년 이후 출생한 선진국 신생아들의 절반 이상은 100세 생일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2009년 작성한 ‘세계인구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 보고서에서 100세 이상의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를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시대’로 정의했다. 이제 수명 100세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주어진 신의 선물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에게도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다는 점에서 수명 연장은 인류에게 축복이다. 그러나 개인과 지역, 그리고 국가에는 커다란 도전이다. 기본적으로 노후대책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겐 축복일 수 없다. 100세 시대를 잘 준비한 국가와 지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쇠락의 길로 갈 것이다.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장수 산업이 미래의 주요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그 중심에 있다. 100세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인간 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늘리려는 벤처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벤처기업들은 노화 세포 제거·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D 프린터로 장기를 만들어 자동차 부품 갈듯이 노화하거나 병든 장기를 교체할 수 있게 되어 150세까지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관련분야 이외에도 노인성 질환과 관련된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고령친화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손잡이에 센서가 달려있는 스마트지팡이가 최근 자식들이 부모에게 사주는 선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사용자의 위치와 체지방, 기초대사량 등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지팡이를 놓치고 쓰러지는 등의 돌발상황도 스마트폰을 통해 곧바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이미 간병인을 대체하는 ‘로봇어시스트’ 등 간병로봇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국내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것이란 예측이다.

이처럼 바이오헬스산업을 포함한 ‘장수산업’은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맞아 급성장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지자체들도 시장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고베는 1995년 발생한 대지진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복구를 위해 ‘고베의료산업도시’ 건설을 시작하여 현재는 일본 최대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성장하였다. 영국의 옥스퍼드지역도 1999년부터 7개의 바이오 단지를 통합한 바이오사이언스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클러스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자체간 바이오헬스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오송과 대구는 이미 지난 2009년 정부로부터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받아 바이오메티컬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왔다. 광주도 생체의료소재산업 기반과 연구기관의 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의 약점과 취약한 산업생태계 등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이다. 늦었지만 10년의 긴 안목으로 광주만의 차별화 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 새로운 민선 7기 체제가 들어서면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장수산업이 미래광주의 성장동력으로 발돋음 할 수 있도록 강력한 거버넌스와 지원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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