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대장정

평화를 위한 대장정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변호사>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기쁨과 감격도 잠시, 우리나라는 뜻밖의 참혹한 현실을 맞이해야 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것이다. 하나된 민족, 하나된 조국을 건설하는 것이 최우선의 가치이고 최고의 이념이라며 몸부림치던 김구 선생을 비롯한 애국지사들은 좌우대립의 국제질서에 함몰되어 결국 그토록 꿈꾸던 자유독립의 하나된 조국을 보지 못한 채 비운의 운명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현대사를 곱씹고 곱씹을 때마다 가슴이 아리고 서글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와 같은 분단된 조국의 현실은 우리 민족의 의식과 정치, 사회구조 전반을 뒤틀리게 했고, 정상적인 체제를 가로막는 악의 축으로 역할하기도 하였다. 평화가 아닌 전쟁의 위험만이 상존하는 비극의 땅이 된 것이다. 거기다가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국가와 민족의 비극이나 번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와 같은 부정적 결과는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런데 2018년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해방 이후 북미관계는 상호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여 왔고,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분노만을 표출하여 왔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핵개발에 올인하였고, 미국은 선제공격을 불사하겠다며 우리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였다. 한반도의 전쟁은 기정사실인 양 세계 언론이 떠들어댔고, 그 어떤 전쟁보다 참혹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쳤다. 답답하고 어두운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단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보장과 번영을 보장하겠단다. 남과 북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상호 교류하고 신뢰를 쌓아 가겠단다.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평화가 보장되는 한반도가 될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라도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해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는 한 언론사의 ‘명견만리’라는 프로에 출연하여 한국사회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강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의 한국사회는 투자가치가 전혀 없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비관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하였다. 한국이 북한과의 대립 갈등구조가 아닌 평화적 교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희망찬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지 못하면 한반도는 영원이 희망이 없는 세계속의 외딴 섬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남과 북이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경제, 사회적 교류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때 상호번영을 이룰 수 있고,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우뚝 설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강연이었으나, 그 당시의 상황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남과 북은 물론이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늘이 우리의 고통과 아픔을 지켜보아 온 것인가? 이제야 우리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일까?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절호의 기회가 우리 곁에 왔고, 그와 같은 기대와 희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 어떤 변화보다 우리 모두가 반겨야 할 대사변임이 분명하다. 북미회담이 성공할 수 있도록,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그래서 한반도가 전쟁이 아닌 세계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뜻과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다소 우려되고 부정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우리 모두는 역사적 대변환에 동참하고 응원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현대사의 커다란 변혁에 정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좌우의 대립도, 진보와 보수의 갈등도 역사적 대변혁 앞에서 잠시 멈춰서서 뜻을 모아 하나가 되어야 한다. 지난 70여년의 질곡의 역사와 분단의 참극을 이제 되돌려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평화를 외면하고 구시대적 적대감에 취해 있는 자들이 없지 않아 걱정이다. 단언컨대 반평화주의적 행태는 반인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비인도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해두고 싶다.

어느 사이 뜨거운 여름이다. 초록이 짙어 단풍이 들듯, 평화를 위한 대장정이 무르익어 눈부신 내일을 맞이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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