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지방선거 도대체 누구를 찍을 것인가

다가온 지방선거 도대체 누구를 찍을 것인가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국가보훈위원>
 

조선 시대의 쾌남아 임제(林悌)가 어느 날 잔칫집에 갔다 술이 취했다. 신을 신고 문을 나서는데 하인이 곁에서 한 마디 한다. “나으리! 신발을 짝짝이로 신으셨습니다요. 왼 발은 가죽신이고 오른 발엔 나막신인 걸입쇼.” 술 취한 나으리는 끄떡도 않고 말 위로 훌쩍 올라탄다. “야, 이눔아! 길 왼편에서 보는 자는 저 이가 가죽신을 신었구나 할테구, 길 오른편에서 본 자는 저 이가 나막신을 신었군 할테니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냐! 어서 가자.”

맞는 말이다. 말 탄 사람의 신발은 한 쪽만 보인다. 짝짝이 신을 신었을 줄은 누구도 짐작 못한다. 저 본 것만 가지고 반대쪽도 그러려니 여긴다. 걸어갈 때야 우습지만 말만 타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짝짝이 신발도 중간에 말이 놓이고 보면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판단은 항상 이 대목에서 문제가 생긴다. 한쪽만 보고 다른 쪽도 으레 그렇겠지 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늘 걸림돌이 된다. 막상 말에서 털썩 내려서면 ‘속았구나!’ 하지만 때는 이미 늦는다. 선거도 마찬가지. 자칫 한쪽만 보고 찍었다가는 속았다는 한탄으로 몇 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6·13 지방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북미회담 러시아 월드컵 개막 등 워낙 큰 이슈에 묻혀 출마자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의 경우 유권자들은 무관심하고 선거 쟁점도 없는데다, 여권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권은 무력하기만 해 ‘3무(無) 선거’가 현실화 됐다. 투표율도 저조할 것이라니 걱정은 태산이 된다. ‘지역정책’까지 사라진 선거라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을 기대하기 힘들 면서 ‘견제 세력’ 부재에 대한 우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사라진 것도 적지 않은 문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상대 후보가 내놓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실은 일당독주로 치달으면서 강 건너 불길이 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 결국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남은 시간 아무리 바쁘더라도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여 올바른 선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두 편의 고사(故事)를 적는다. 어느 후보가 이문원을 닮았고, 어느 후보가 조현명과 같은 인물인지를 꼼꼼히 살피라는 의미다.

지금 같으면 안전행정부 장관인 이조판서 이문원(1740∼1794)의 세 아들이 가평에서 아버지를 뵈러 상경했다. 아버지는 아들들이 말을 타고 온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냈다. “아직 젊은데 고작 100 여리 걷는 것이 싫어 말을 타다니. 힘쓰는 것을 이렇듯 싫어해서야 무슨 일을 하겠느냐?” 아버지는 세 아들에게 즉시 걸어 가평으로 돌아갔다가 이튿날 다시 도보로 올 것을 명령했다.

그 세 아들 중 한 사람이 이존수(1772∼1829)다. 조부는 영의정을 지낸 이천보였다. 영의정의 손자요 현임 이조판서의 아들들이 말 타고 왔다가 불호령을 받고 걸어갔다가 걸어온 것이다. 이처럼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란 이존수 또한 뒤에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렀다. 그는 나아가고 물러나고 말하고 침묵함이 법도에 맞았고, 지휘하고 일을 살피는 것이 민첩하고 명민해서 간교하고 교활한 무리들이 속일 수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석주가 쓴 ‘학강산필(鶴岡散筆)’에 나온다.

정승 조현명(1690∼1752)의 부인이 세상을 떴다. 영문(營門)과 외방에서 부의가 답지했다. 장례가 끝난 후 집사가 물었다. “부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돈으로 바꿔 땅을 사 두시지요.” “큰 아이는 뭐라든가?” “맏상주께서도 그게 좋겠다고 하십니다.” 조현명이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여러 아들을 불러 꿇어 앉혔다. “못난 놈들! 부의로 들어온 재물로 토지를 사려하다니, 부모의 상을 이익으로 아는 게로구나. 내가 명색이 정승인데 땅을 못 사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 내가 죽으면 제사 지낼 놈도 없겠다.” 매를 몹시 때리고 통곡했다. 이튿날 부의로 들어온 재물을 궁한 일가와 가난한 벗들에게 고르게 나눠줬다.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에 기록돼 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은 최소한 이 두 인물을 닮은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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