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우대받는 사회

중소기업이 우대받는 사회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전북 군산시에 있던 공장에서 기름탱크가 터져 기름이 유출되고 난리가 났는데 공무원들이 흡착포를 가져와서 직접 기름제거에 앞장섰어요. 그리고나서는 흡착포 비용만 청구하고 복구를 위해 다각적으로 도와주었죠. 특히 인사 사고가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사고원인조사 등에 있어서 군산시 공무원들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언급해줘서 사고처리도 신속히 되고 보험금도 제대로 받아서 빨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전남과 전북 양쪽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인이 얼마 전 조찬포럼에서 만났을 때 한 말이다. 전북에서는 기업인들이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반해 광주·전남에서는 왠지 그렇지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전북 사업장에서 자금이 필요해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지역본부에 인터넷으로 신청을 했더니 곧바로 실사가 나왔고 다녀간 지 얼마 안돼 필요한 자금이 입금되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전남의 사업장에 자금이 필요해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쪽 지역본부에 신청을 할 때는 방문을 한번 해야 했습니다.”

엊그제 지역 중소기업 단체 대표가 여성기업인들 행사에 초청을 받자 답변한 말도 뇌리에 남는다. “가봤자 정치인들에 밀려 뒷전이라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극히 일부의 사례이길 바라지만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중소기업인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얘기는 적지않게 들린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독일의 경제저력이 바로 중소기업에서 나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일은 부자 한 명이 아니라 수많은 중산층들이 만들어 가는 나라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거의 없고 ‘히든 챔피언’을 비롯한 중소기업이 수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과거 독점자본주의 시대에는 대자본이 대량생산을 통해 대규모 수요에 대응했고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구조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했고 수요의 패턴도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 발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몸집이 큰 대기업보다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살아남게 된다. 그래서 문재인정부도 중소기업육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한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임금이나 복지 등 근무환경도 열악하지만 안정성과 장래성에 있어서 불확실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그러다보니 청년들의 실업률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 또한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여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하도록 하는 노력과 홍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광주경제고용진흥원 주관으로 5월 23일부터 3일간 광주시 차원의 중소기업축제를 하였다. 정부가 5월 셋째 주를 중소기업주간으로 선포하고 30년 째 중소기업주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5월 셋째 주는 5·18주간으로서 추모기간이기 때문에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중소기업주간 행사를 치를 수가 없었다.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주간을 5·18주간을 피해 재 지정하여 제대로 된 전국적인 중소기업 축제로 진행했으면 좋겠지만 당장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광주지역의 중소기업지원기관들과 협의하여 5·18주간이 지난 다음 주를 광주시 중소기업주간으로 정하고 ‘중소기업위크’라 명명하여 진행한 것이다. 우리지역 중소기업제품의 홍보와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우수상품박람회 및 MD(구매담당자)유통상담회와 중소기업 구인·구직자를 지원하는 미니취업박람회를 비롯해 명품강소CEO포럼, 중소기업온라인마케팅 무역실무특강, 프랜차이즈 설명회, 중소기업레벨업 교육 등 중소기업인을 위한 교육 및 현장 보증 상담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지방선거 때문에 각종 할인 및 경품행사 등 이벤트를 할 수가 없어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광주형 블랙 프라이데이’를 비롯한 각종 할인·경품 행사와 문화행사 등을 곁들여 시민들과 중소기업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비즈니스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월드클래스300’과 ‘명품강소기업’이 계속 배출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광주에 설립될 자동차합작법인에 투자 의향을 보이는 것도 우리 지역에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이 없다면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민·관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지역 중소기업을 사랑하는 데에 뜻을 함께 하고 적극적으로 실천운동에 나설 때만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어 떠났던 젊은이들도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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