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
 

‘우승컵 징크스와 GE의 몰락!’

밤잠을 설치게 하는 월드컵, 우리나라는 오직 독일의 ‘우승컵 징크스’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승컵 징크스’. 1998년 우승국 프랑스, 2006년 우승국 이탈리아, 2010년 우승국 스페인이 모두 다음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2014년 우승국 독일은 이미 멕시코에 0대1로 패했고 이제 한국전을 남겨놓고 있다. 전 대회 준우승팀이었던 아르헨티나도 수모를 겪고 있다. 제조업의 상징이며 한때 미국기업 시가총액 1위였으며 ‘경영의 신’ 잭 웰치 회장이 20여년간 이끈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세계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GE가 운영했던 ‘글로벌 인재사관학교’는 삼성 이재용을 비롯 세계 각국의 최고 경영자, 정 관계 유력인사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그러한 GE도 안이한 경영과 미래에 대한 대처 부족으로 끝없이 추락하여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A)에서 퇴출되었다. 다우존스 원년멤버로서 111년을 지켜왔는데. 삼성그룹이 최고 실적을 올리던 2002년 이건희 회장은 “5년, 10년 뒤 무엇을 먹고살지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다.

‘등에서 식은땀 나는 두려움’

최고의 지지로 남녘을 파란색으로 물들인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다.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 나는 두려움”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특별 감시까지 당부했다. 적폐청산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 대통령의 높은 지지로 어느정도 예견은 했지만 들어난 결과는 더 놀라움이다. ‘보수’에 대한 완벽한 탄핵으로 보였다. 17개 광역단체 중 14개 지역은 행정은 물론 의회권력까지 싹쓸이했다. 전국 광역의원 824명(비례포함) 중 79.1%인 662명을 확보했다. 무소속 단체장인 제주까지 포함 전국 15개 지역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서울, 인천, 광주,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전북, 전남, 제주 등 10개 지역은 민주당 외 정당은 의회 교섭단체 구성조차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대구, 경북만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경남은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34대21, 강원도는 35대11, 충남도 33대8로 그나마 야당이 견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고 전통적 보수강세지역이던 부산(41대6)과 울산(17대5)마저도 보수야당은 교섭단체 요건을 턱걸이 하고 있다. 사실상 일당 독주체제가 완성되었다. 여당으로선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정부여당은 개헌과 개혁입법 제·개정, 적폐청산과 남북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커다란 힘이 생겼는데 왜 ‘등골의 식은땀’인가?

“잘 나갈 때 잘해야… 광주·전남 지금이 중요하다.”

호남과 영남에서만 나타난 일당 독주체제가 이젠 전국적으로 일반화되었다. 그것도 분단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들었던 진보색깔 여당의 독주다. 촛불혁명과 남북관계의 급격한 전환에 따른 정치지형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변한 듯하다. 남북관계의 빠른 진전이 예상되다보니 2년 후 총선결과에 대한 자신감으로 붕떠 있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엄살일까? 아님 ‘박수소리가 높은 만큼 위기의 소리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승리의 무게만큼 책임도 무거워졌음을 달리 표현한 것일까? 잘 나갈 때 잘 하는 게 결코 쉽진 않다. 잘 나감 때문에 오만함, 독선, 독주, 알력으로 한순간에 자멸하는 것을 냉혹한 기업현장, 정치현장, 스포츠, 연예 등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 실현은 핵심적 과제다. 현재의 일당의 다수지방정부체제는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일당 독주는 정책 결정과 집행에서 소모적 논쟁을 줄이고 효율성을 배가시킬 수도 있지만, 일방적 통행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성과를 극대화시키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핑계될 언덕도 없다. 호남은 수십년간 이런 경험을 하고 있지만 타지역보다 나아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정치적 상황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젠 전국이 비슷해졌다. 일당체제에서 누가 누가 더 잘하는가 경쟁하고 비교될 수밖에 없다. 수십년간 일당독주 지방정부를 먼저 경험한 광주·전남이 이젠 어떻게 해야하는가? 과거완 사뭇 다른 분위기다. 새로운 고민과 ‘등에서 식은땀 나는 두려움’을 광주·전남이 가져야 할 듯하다. ‘축구공은 둥글고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다. 자만을 경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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