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단체장에게 드리는 고언

민선7기 단체장에게 드리는 고언

<윤종채 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취재국장>
 

민선7기 지방자치단체장의 취임식이 제7호 태풍 쁘라삐룬과 함께 지나갔다. 쁘라삐룬의 한반도 북상은 피해당사자들은 물론 지역행정 총책임자인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민선7기 자치단체장들에게도 시련의 계기가 됐다. 다시 말하면 쁘라삐룬의 한반도 북상이 막 항해를 시작한 자치단체장들의 위기대처 자세와 능력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된 것이다.

우선 신속한 위기대처 자세를 보인 대표적 자치단체장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들 수 있다. 이재명 지사는 전국 17개 시·도지사 당선인 가운데 가장 먼저 지난 달 29일 쁘라삐룬에 대비토록 재난안전 대책 보고를 긴급 지시하는 민첩함을 보인뒤 다음 날, 7월 2일로 예정된 도지사 취임식을 전격 취소하고 긴급 재난안전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자세는 도백으로서의 당연한 근무태도여서 새삼스레 칭찬할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도정 최고 책임자가 정 위치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은 주민의 신뢰제고에 플러스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이 지사 외에 광주·전남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들도 대다수 취임식을 취소하고 태풍피해 대비에 만전을 기한 모습은 목민관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라 할 것이다.

반면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예정대로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에서 화려한 경력과 입지전적의 인물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당선의 영예를 안고 자랑스럽게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밝히며 사자후를 토해 냈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의례히 하는 미사여구 속에 권력을 잡은 승자의 오만함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거들먹거림이 곱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숱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정적을 짓밟고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하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오늘날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선거기간 동안 정적들의 시기와 질투, 모략과 중상으로 아무리 훌륭한 인품을 가진 후보라 할지라도 험난한 가시밭길 진흙탕 속에서 상처가 나지 않을 수 없고 옷자락에 흙탕물이 튀기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과거를 뒤돌아보면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고소·고발로 승자나 패자나 반복과 갈등을 거듭하며 승복은커녕 발목을 잡으려는 경향이 짙었다.

그 결과 이임식에서 자치단체장들과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공과를 되짚어 가며 참다운 반성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끝까지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미련이 남은 듯한 발언을 쏟아내 이임식장을 찾은 지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곤 했다.

선거캠프에는 지역 발전을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후보를 돕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선거운동원들이 당선이 되면 플러스알파를 기대한다. 따라서 당선 뒤 주변 인물들을 슬기롭게 정리하지 못하면 논공행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단체장을 은근히 폄하하는 뒷이야기를 퍼트리기 시작한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토사구팽 고사에서 보듯이 선거에서 조금 기여했다고 사사로운 욕심을 내는 일을 삼가야 새로 취임한 단체장들이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지방자치의 진정한 발전이 있을 수 있다.

한나라 황제인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장량의 공이 커 유방이 3만호의 식읍을 하사하려 했으나 사양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식읍 1만호로 만족한다. 그리고 유방의 의심이 많아지자 모든 것을 버리고 미련 없이 산속으로 떠나버리고 만다.

하지만 유방에 대한 여운이 많았던 한신은 유방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유명한 말을 남긴다. “교활한 토끼가 죽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지고 높이 나는 새가 떨어지고 나면 좋은 활도 치워버린다. 또한 적국을 깨뜨리고 나면 지모 있는 신하를 죽인다 라는 말이 있다더니 과연 그 말이 진리로구나. 천하가 평정되었으니 내가 팽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한탄하며 세상을 하직했다.

선거운동에서도 장량처럼 도와준 것으로 만족해야 하며 한신처럼 더 많은 욕심을 내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지역발전을 역행하는 일이다. 선거캠프 가신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다 보면 수많은 주민들이나 공직자들은 한직이나 쓸모없는 일에 동원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민선7기 단체장들은 주변을 위한 정치보다 민심을 하늘처럼 받들어 주민, 나아가서는 국민을 위한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해 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선거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명실상부하게 지역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

주민들은 우리 고장 단체장이 겸손과 봉사의 초심을 임기 내내 지키며 솔선수범하기를 기도하는 심정이다. 출범 초기임에도 걱정이 담긴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은 초를 치려는 뜻이 아니다. 민선7기 단체장들이 민선6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