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돌진 승용차’ 운전미숙? 급발진?

건물벽 뚫고 교실까지 진입 ‘수업 중 날벼락’

원생 교사 운전자 등 20여명 병원 긴급 이송

경찰·소방 당국 블랙박스 영상 등 조사 나서
5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유치원 건물외벽에 모닝차량이 돌진해 원생 19명 등 20여명이 병원으로 긴급이송됐다. /광산소방서 제공
유치원을 들이받은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차량 충돌로 인해 산산조각난 유치원 건물외벽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교실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5일 오전 9시 30분 광주 광산구 한 초등학교 소속 병설유치원 1층 꽃내음반. 이 곳엔 만 5세 아이들 19명이 1교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날 1교시 수업은 평소와 달리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한 자유선택 시간. 아이들은 담임선생님, 자원봉사자와 함께 그림그리기, 모래 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5분여가 흐른 9시 35분께 갑자기‘쾅’하는 굉음과 함께 빨간색 경차 모닝이 유치원 건물 외벽 쪽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

이 충격으로 인해 건물 외벽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평화로운 교실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방으로 흩어진 유리파편은 일부 아이들 몸으로 날아들어 상처를 냈고, 다치지는 않았지만 놀란 또 다른 아이들도 비명과 함께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꽃내음반에서 수업을 돕고 있던 자원봉사자 유채은(여)씨는 “건물 전체가 ‘콰광’하고 울리면서 지진이 난 줄 알았다. 아이들은 놀라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트렸다”며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1층 거실로 재빠르게 이동 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치원 건너편 편의점에서 근무중이던 김미숙씨는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데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 나가봤더니 차량이 건물을 뚫고 들어가 있었다”며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이곳까지 들렸다”고 사고 당시 목격담을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 유치원은 지난 2005년 최초 설립·운영됐다. 지상 3층 높이로 지어진 이 유치원은 전용 면적 842㎡, 대지 총 면적 1천 42㎡ 규모로 조성됐으면 총 6개의 교실과 조리실, 보건 위생 공간 등을 보유했다. 특수 장애아를 포함해 만 5세 미만 어린이 119명이 원생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아파트 단지와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세워진 유치원은 도로와 인접한 만큼 2m 너비의 인도를 경계로 울타리 형식의 안전펜스를 설치해 뒀다.

이날 사고를 낸 운전자 김모(47·여)씨는 유치원 건너편 아파트 입구를 나와 좌회전을 시도하던 중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몰 던 차량은 인도 진입 방지용 말뚝을 넘어뜨리고 곧바로 인도와 안전펜스로 둘러쳐진 화단을 통과한 뒤 유치원 교실 외벽과 창문을 부순 후에야 멈춰섰다. 이날 사고로 수업을 받고 있던 원생 19명과 담임교사 1명, 차량 운전자 김씨 등 20여명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 피해 학부모는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아이는 ‘오들오들’ 떨며 불안한 상태였고, 엄마를 보고선 대성통곡을 하더라”며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원생들은 치료를 받은 뒤 심리상담센터로 자리를 옮겨 심리상담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차량이 애초 출발할 때부터 작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A씨의 진술과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운전 미숙, 차량 결함 등 다양한 원인을 놓고 조사 중이다.

한편, 해당 유치원생들은 사고 교실이 재정비 될 때까지 소속된 초등학교 건물로 옮겨 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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