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43. 영광 정용수씨>

43. 정용수 영광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영광 ‘모싯잎 송편’전국화 일군 일등공신

우수 신품종 개발 성공…품질 고급화·표준화 ‘온힘’

시장 점유율 ‘전국 1위’… 지역경제 효자 노릇 ‘톡톡’
 

정용수(61) 전 영광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영광 모싯잎송편’ 가공에 우수한 식용 신품종 모시를 개발, 지역별 특성에 맞는 농업기술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운 산증인이다. /전남도 제공

전남 영광군은 국내 ‘모싯잎송편’ 산업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연간 600억원 대에 달하는 전국 모싯잎 송편 시장에서 영광군은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광 모싯잎송편의 성공 뒤엔 정용수(61) 전 영광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의 노고가 숨어 있다.

정 전 소장은 농업기술센터 근무를 시작한 이래 지역에서 겪는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력했다. 지역 맞춤형 연구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그는 영광군만의 경쟁력을 갖추길 바라며, 모시를 비롯한 유채·보리 등 지역 환경에 알맞으면서 농민들의 소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육종의 작물 재배 및 보급을 위해 힘썼다.

새 기술 보급을 통해 지역농업 활성화에 기여한 정 전 소장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농업기술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운 산증인 중 한 명이다.
 

정용수(왼쪽 두 번째) 전 소장은 모싯잎송편 원료의 품질 고급화와 표준화가 모싯잎송편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 이에 적합한 동부콩, 벼 품종 선별에 노력했다. /전남도 제공

▶‘모싯잎송편’우수한 신품종 개발

한산 모시로 잘 알려진 천연 직물 원료인 모시는 전남지역에서는 예로부터 항균 효과가 뛰어나 여름이면 잎을 떡과 식재료로 널리 이용해 왔다.

모시는 섬유용 품종에 관한 연구만 과거 일부 추진돼 오다 화학섬유산업의 발달로 국가 연구기관과 대학에서도 모시 품종에 관한 연구는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정 전 소장은 지난 2005년 모싯잎이 잘 자라는 영광지역 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모싯잎 송편의 주원료인 동부콩 국산화와 모싯잎 재배 확대에 나서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모시 우량품종 선별 및 기능성 분석’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덕분에 영광군은 모싯잎송편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후 전국 자생 모시 유전자원 225점을 수집한 뒤 연구를 통해 우량 모시 품종을 선별했다. 이 품종은 지난 2015년 국립종자원에 ‘옥당’이란 명칭으로 품종보호 출원을 마쳤다. 식용 모시로는 국내 최초다.

유전적 특성 평가와 모시떡 가공적성 검정을 거친 옥당은 기본식물 양성과 증식을 통해 이듬해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신품종 옥당은 기존 ‘서방종’에 비해 잎이 크고 색깔이 진해 모싯잎 송편 가공에 우수한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에는 기능성 신품종 ‘천년모시’개발에도 성공해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출원했다.

신품종 ‘천년모시’는 기존에 수집한 재래종 모시 90종 가운데 생육특성이 우수한 계통을 2013년부터 순계분리육종을 통해 선발했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특성검정시험 및 생산력 검정과 실증시험 검정을 거쳐 개발했다.

‘천년모시’는 폴리페놀 함량이 42.29㎎/g으로 기존 표준품종인 서방 종 16.57㎎/g대비 약 2.5배 높고, 필수아미노산인 트레오닌 함량이 2천682㎎/g으로 23배 높은 우수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모싯잎송편
영광 모싯잎송편

▶원료 품질 고급화·표준화 ‘박차’

정 전 소장은 모싯잎 연구에 그치지 않았다. 원료의 품질 고급화와 표준화가 모싯잎송편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 이에 적합한 동부콩, 벼 품종 선별에 노력했다. 일반 송편과 달리 모싯잎 송편은 동부콩을 속 재료로 사용하지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상황에서 동부콩 국산화를 통해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도 기여하고 싶었다. 이에 그는 지난 2008년 국산동부콩 실증시험에 나선 뒤 2013년 ‘옥당동부’품종을 개발했다. 지난해 기준 영광군 일대에는 옥당동부 120㏊, 모싯잎 70㏊가 재배되고 있다.

그는 모싯잎과 동부콩 생산에 성공한 뒤 모싯잎 송편을 만드는 데 적합한 쌀을 찾았다. 농촌진흥청 산하 벼육종기관의 품종 가운데 적합한 쌀을 찾아 ‘보람찬벼’란 명칭을 붙였다. 이후 보람찬벼 재배단지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영광군에서는 130여개의 업체가 모싯잎송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는 노인층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는 등 지역 효자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 영광군의 인지도도 높였다.

모싯잎송편은 지난해 농산물지리적표시 제104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번 등록으로 모싯잎송편의 우수성이 전국적으로 공인되는 결과를 얻게 됐으며, 앞으로 생산ㆍ가공ㆍ유통ㆍ체험 등과 연계한 6차 산업화 및 지역특산명품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환경 적응 새 기술 보급

무엇보다 정 전 소장은 지역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지역에 맞는 특색 있는 농사눌을 생산해야 한다’고 믿었다. 모시를 비롯해 보리·유채·상사화 등 지역 주요 작물 우량묘를 보급하고 ‘유채 논 이모작 안전 다수확 재배력(歷)’, ‘모시 친환경 재배기술’, ‘건강한 먹거리 찰보리 음식’ 등 작물재배 가이드북을 만들어 보급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다.

정부가 지난 2012년 보리 정부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보리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보리 생산기반 붕괴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보리종자 자체 생산단지 80ha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와 동료들은 농업뿐만 아니라 지역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불갑사 상사화 축제’를 위해 상사화 품종 증식 및 자생지 복원 추진을 진행했으며, 불갑사 주변에 5종의 상사화 2만7천750그루를 심어 군락지를 조성했다.

또 그는 품종 개발뿐 아니라 정보화시대에 걸맞도록 농업인 정보화 교육에 앞장서기도 하고, 친환경농업 확산과 농업인 소득증대를 위한 미생물배양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역 농업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농기계 임대사업을 개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시작된 농기계 임대사업은 농기계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농민들에게 농가경영비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 고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매번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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