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싼 자’와 ‘방귀 뀐 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지?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지난달 23일 오전,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이 세상 소풍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각자에게 어떤 생각이 바로 스쳤을까? 그 생각이 고인과 그분 서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개개인의 진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왜 ‘똥 싼 사람’에게는 뭐라고 말하려고 하지 않는가? ‘네가 똥 쌌지?’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심리학자 왈, 누구나 인간적으로 가장 쪽팔릴 때는 대소변을 내 마음대로 못할 때이다. 이삼십 년이 떠나간 후, 손, 발, 머리를 내가 이기지 못하면 요양원 침대에 누워 24시간을 보낼 텐데, 쪽팔리게도 대변을 가리지 못할 거다. 가족이든, 요양원 간병인이든 선뜻 내 곁에 오려 하지 않을 거다. 그런 모습을 총총한 의식으로 목격하는 나의 자존심은 지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한편 방귀 뀐 사람에게는 옆에서 꼭 한마디씩 한다. ‘너, 방귀 뀌었지?’ 아무도 굳이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떤 때는 벌떼처럼 달려들어 재미 삼아 계속 놀려댄다. 방귀 뀐 자는 웃어넘기면서도 제법 심리적으로 위축될 거다.

좌중우(左中右)를 초월하여 많은 분이 애도했던 고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서거를 보면서 인간사회의 민낯을 간접적으로 봤다. 그분의 고뇌를 가늠하기 어렵다. 역사를 설명할 때 어떤 가정을 전제한 설명은 언어유희로 들리기도 하지만, 일부에게는 상당히 뻔뻔하게 보일지라도 만일 그분이 지금 살아계신다면, 좌중우는, 특히 주류세력은 대부분 벌떼처럼 달라붙어 그분에 대한 오살(五殺)을 시도할 거다. 부끄럽지만, 아마 필자도 예외는 아닐 성싶다.

오살은 왕조시대에 역적을 처형할 때에 두 팔, 두 다리, 머리를 각각 소 다섯 마리에 밧줄로 연결하여 다섯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사형 방법이다. 십수 년 전 차떼기로 받은 집단의 일부는 곤충이 변태하며 살아남듯이 지금도 건재하다. 한편 4천만 원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분은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가치,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편가치의 보전이라는 제단에서 순교했다. 과언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광주광역시 지산동 일원에서 일하는 법률 전문가인 친구는 말한다. ‘나는 남들이 싸 놓은 똥을 치는 일을 한다’ 지산동에서 형사든 민사든 의뢰인이 송사의 당사자가 된다고 함은 평범한 일과는 거리가 멀기에 친구는 송사 거리를 똥으로 비유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자리 관리를 잘못하면 사회적으로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 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인터넷에서 ‘똥’을 소재로 삼은 속담을 찾아봤다. ‘똥 묻은 접시가 재 묻은 접시를 흉본다’, ‘똥 싼 놈은 달아나고 방귀 뀐 놈만 잡혔다’, ‘똥 싼 놈이 방귀 뀐 놈 나무란다’ ‘똥 싼 놈이 방귀 뀐 놈에게 성낸다’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격언인 속담은 사회의 구조적 현실을 민중의 언어로 표현한 촌철활인(寸鐵活人)이다. 이러한 ‘똥’ 속담이 무릎을 치게 할 정도로 지금도 유효함은 세상의 구조가 여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8년 현재 우리 사회의 ‘갑’이, 특히 경제지배세력이 애써 회피하는 사회적 ‘똥’은 무엇일까? 거칠지만, 불공정 하도급 거래이다. 규모별 임금격차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획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이든, 그 뿌리는 마른 수건 짜기를 강제하는 하도급 거래이다. 거기에 지난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신의 퇴직자 취업처 확보를 목적으로 마치 대기업을 하부기관처럼 다룬 일탈까지 겹치면서 불공정 하도급의 혁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한편 방귀 정도에 상응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경제의 핵심문제인 양 벌떼처럼 달려들어 중소상공인과 노동자들 간의 싸움으로 환원하려는 ‘갑’들의 비켜선 모습을 보면서 ‘똥 싼 놈은 달아나고 방귀 뀐 놈만 잡혔다’는 속담의 생명력이 끈질김을 확인한다.

고 노(魯) 의원님의 촌철활인! 강철 같은 한마디 말로 사람들의 활기를 살렸다. 마치 예수님처럼, 중국 고대 노(魯) 나라 공자님처럼, 당신이 쉬운 말로 표현한 품격 높은 비유는 이제 어디서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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